‘한강(漢江)’이 ‘한강(恨江)’이 되어가고 있다. 교량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생의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까지 지치고 힘든 속내를 털어놓기 위해 한강을 찾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약 11개월간 생명의 전화에 걸려온 전화 상담 건수가 총 16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한해동안 걸려온 1423건보다 245건 더 늘어난 결과다.
실제 교량 위에서 ‘말 못했던 답답함’을 털어놓는 자살시도자들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마포대교 위에 처음 생명의 전화가 설치된 해 11건에 불과했던 생명의 전화 상담 건수는 2012년 163건, 2013년 1057건, 2014년 1423건, 2014년 11월 기준 166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5년간 걸려온 상담전화 4322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5.8%는 마포대교에서 걸려왔다. 여성(41%)보다는 남성(53.2%)이 많았고, 10~20대가 전체 연령의 68.8%를 차지했다.
자살시도자들을 한계로 내몰았던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짓긴 어렵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대인관계(26.9%ㆍ복수집계)’와 ‘진로-학업(23.7%)’에서 비롯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고독, 외로움, 무력감 등 ‘인생(16.1%)’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거나, ‘가족갈등(13.5%)’ 등으로 인한 문제를 토로한 경우도 적잖았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자살 예방 효과는 컸다. 생명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한 4322명 중 3692명이 상담원과 통화 후 귀가했다. A 씨도 생명의 전화를 통해 도박 빚 청산 및 심리상담 지원을 받았고, 부모님과도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 있었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에게 쫓겨났다가 답답한 마음에 한강 다리를 찾았다던 한 30대 남성은 상담원과의 통화 끝에 마음을 돌렸고, 이후 긴급지원 생활비 등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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