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자꾸만 朴 향하는 ‘상향공천’ 칼날에…무대의 딜레마
뉴스종합| 2016-01-27 18:29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스텝이 다시 한 번 꼬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비판 발언을 쏟아낸 뒤 이내 입을 꾹 다문 그다. 김 대표의 발언에 속깨나 끓였을 법 한 청와대 역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정연국 청와대 대변인)”고만 답했다. 그렇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대결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김 대표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30 공천설명회’에 참석해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됐다”며 ” “젊은 인재들이 정치를 하고 싶어도 구태 정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능력과 열정보다 권력자에게 줄 잘 서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용기를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망국법인 선진화법은 (2012년 5월) 당시 권력자(박 대통령)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통과된 것. 이런 잘못을 종료시키기 위해 공천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며 완성시킨 것”이라던 전날의 발언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김 대표 본인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상향식 공천과 관련한 모든 발언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향한 공격으로 한데 묶여 해석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 자리에 오른 박 대통령(당시 국회의원)이 박희태ㆍ안상수ㆍ박형준ㆍ박영준 등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잘라낸 ‘공천 학살’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18대ㆍ19대 총선 공천에서 잇달아 낙천 당한 경험이 있어 하향식 ‘전략공천’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 좌장으로서 친이계에 의해 공천 학살을 당한 김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다시 한번 친박계에 의해 또 공천에서 탈락했다. 세종시 수정안 파동 이후 친박계에서 벗어난 김 대표에게 친박계가 보복을 가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100% 상향식 공천제도에 일종의 ‘소명의식’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이 자신이 끝내 관철한 100% 상향식 공천룰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하는 일종의 ‘형용구’가 아닌, 과거 ‘권력자’를 향한 비판과 원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이 단합해야 할 총선을 앞두고 이런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도 감지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100% 상향식 공천룰에 대해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김 대표의 입장에서는 그 장점과 의미를 더욱 강하게 알리고 싶을 텐데, 그러면 그럴수록 잡음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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