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김종인, 朴대통령에 생일난 보냈더니...靑 "안받겠다"
뉴스종합| 2016-02-02 13:28
[헤럴드경제=신대원ㆍ박병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일 박근혜 대통령의 64회 생일을 맞아 국내 재배종인 황금강 난을 선물하려했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전달되지 못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오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축하난을 드리라는 지시가 있었고 박수현 의원이 직접 축하난을 가지고 가겠다고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연락했다”며 “그런데 청와대측에서 정중하게 사양하겠다는 답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 박 대통령이 생일축하난을 보내온 적이 있어 우리가 보내드리는 것이라고 하고, 다시 야당 대표가 보내드리는 난이라고 제의했지만 청와대측 답변은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의원이 난을 전달하기 위해 충남 공주에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올라왔지만 청와대가 아닌 당 공보실로 돌아오게 됐다”며 “황당하게 돌려보내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3년 문 비대위원장의 68회 생일을 맞아 당시 이정현 정무수석을 통해 난을 전달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에게 난을 선물하려한 배경에 대해 “정치는 정치고, 도리는 도리고 예의는 갖추는 게 온당하다”며 “야당으로써 언제든지 대화와 국정운영에 협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비서실장을 맡아 이날 난을 전달하려 했던 박 의원은 “이게 대통령 뜻이겠느냐”면서 “실무자들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일 박근혜 대통령의 64회 생일을 맞아 축하난을 선물했지만 청와대가 정중히 사양하면서 전달되지 못했다. 사진=박병국 기자

박 의원은 “박 대통령 생신을 축하드리고 싶었던 마음 그대로 생신 축하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안팎에선 더민주가 이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 2년차 후반기 정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주역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영입이라는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하는 바람에 청와대가 불쾌감을 느껴 난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ㆍ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돼 검찰에 기소됐으나 작년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 지시로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 EG회장 부부를 관리했다는 내용이 드러나 박 전 대통령과 현 정부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이 현 정부 청와대에서 핵심참모로 일한데다 박 대통령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 사안과 직결된 인사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생일선물’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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