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개성 경제학 ③] 자동차ㆍ명품은 외면?…주식도 여가소비
뉴스종합| 2016-02-04 08:30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런던 남부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앨리스테어 오원(28)은 “무엇을 사기 위해 저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근사한 곳에서 외식을 하거나, 외국 여행을 즐긴다. 오원은 “내 자신 소유의 물건을 사는 것은 나의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까지 단언한다.

밀레니엄 세대가 본격 사회에 진출하면서 소비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인생을 소유하는 대신 즐기려고 하는 이들의 소비성향은 주식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나 명품 같은 상품 보다는 여행, 외식업, 콘서트 등 여가와 관련된 산업의 주가가 대우를 받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여가관련 산업 주가는 2011년 이래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항공회사와 피자체인점, 펍 등 밀레니엄 세대들이 좋아하는 기업들의 주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펍 체인인 그린 킹(Greene King Plc)의 판매고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 Holdings Plc)나 이지제트(EasyJet Plc), 스키장을 운영하는 발리리조트(Vail Resorts Inc.) 등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7배나 몸집을 키웠다.

젊은 여행자들이 숙소로 많이 이용하는 에어비앤비(Airbnb Inc.)의 현재 가치는 255억 달러(약 3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08년 설립된 이후 불과 7년여 만에 대형 유통체인인 메이시즈와 베스트바이를 합친 것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을 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2015년 보고서를 보더라도 밀레니엄 세대의 변화된 소비패턴은 명확히 드러난다. 밀레니엄 세대 중 차를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15%에 불과했다. 고급 백을 최우선 구매 항목에 둔 젊은이들도 10%에 그쳤다.

시장조사 업체인 ‘해리스 폴 앤 이벤트브라이트(Harris Poll and Eventbrite Inc.)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78%는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쓰는 것보다도 여행이나 스포츠 등 실제 체험을 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들은 59%만이 물건 대신 체험을 택했다.

밀레니엄 세대의 82%가 지난해 콘서트나 페스티벌 등 라이브 이벤트에 한 번 이상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2%는 앞으로 라이브 이벤트 기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 코번트리에 있는 워릭대학의 앤드류 오스왈드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이미 물질적으로 충분히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욕구들을 이미 충분하게 해소했기 때문에 또 다른 만족을 위한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오스왈드 교수는 “젊은이들은 더 이상 물질에 대한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세상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런던 주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테마 투자 책임자인 사르브지트 나할(Sarbjit Nahal)은 “밀레니엄 세대들은 나이 든 세대들보다 훨씬 뚜렷하게 동질성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며 “밀레니엄 세대들은 라이브로 즐기는 스포츠와 축제, 온라인 게임, 여행, 뮤직 스트리밍 등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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