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年産없는 위스키의 비밀
뉴스종합| 2016-02-11 11:28
품질·원액 숙성도 가늠하는 척도
연산제품과 값 엇비슷…혼란 가중
“수익성 제고 위한 살아남기 꼼수”


12년산, 17년산, 21년산… 위스키의 나이가 사라졌다. 최근 위스키 업체들이 연산 표시가 없는 무연산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골드블루 등 최근 부드러운 위스키에 대한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도수를 낮추거나 위스키 원액 베이스에 첨가물을 넣어 마시기 편하게 만든 위스키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원액이 숙성된 기간만큼 가치를 더하는 위스키의 특성에 따라 품질을 받아왔던 연산 위스키의 가치는 모호해지고 있다.

일부에선 무연산 위스키가 최근 일고 있는 위스키 업계의 위기감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위스키의 가치는 바로 연산이기 때문이다. 연산은 위스키의 품질과 원액 숙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이 연산을 보고 소비자들은 위스키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7년산의 경우 원액이 최소 17년 이상 숙성됐다는 보증의 의미다. 위스키 원액은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오크통에 스며들거나 자연 증발 현상을 거치면서 그 양이 줄어 드는데 이에 따라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희소한 기치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숙성된 원액은 가격도 역시 비쌀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무연산 위스키의 가격이 적정하냐는 것이다.

무연산 위스키는 연산의 표시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연산 제품보다는 저렴해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무연산 위스키의 제품을 보면 12년산 위스키와 무연산 위스키가 같은 경우가 있다.

또 저도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위스키 판매는 매년 급감하고 있다. 40도짜리 위스키가 35도까지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를 낮출 경우 원액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도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가 인기를 끌어 원액의 수요가 늘어난데다 오랜 기간 숙성된 원액들이 더 희소해져 제조 원가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에 일부 업체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살아남기 위한 무연산은 마케팅의 꼼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무연산 위스키의 경우 12년이하의 원액을 혼합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세계 1, 2위업체마저 무연산 위스키까지 참여하면서 시장을 키운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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