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또 핵무장론…“스스로 우비 입자” vs “성급한 주장”
뉴스종합| 2016-02-15 11:08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핵무장론’을 공식 주장했다. 국회 본회의 공식 연설에서 여당 원내대표의 자격으로 핵무장론을 전면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노선’과는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 스스로 우비 갖춰 입자”=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평화의 핵ㆍ미사일 보유를 통해 ‘안보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며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동시에 핵을 폐기하는 ‘조건부 핵무장’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원대대표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의 네 차례 핵실험으로 무의미해졌다”며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하여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그동안 남북 경제 교류뿐 아니라 다자간 외교를 통한 제재가 실효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이 함께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북한은 끝내 우리가 건넨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무력도발이라는 주먹질’로 응답했다”는 것이 원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는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는 없다”며 “우리 스스로도 ‘우비’를 튼튼하게 갖춰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대통령도 여당도 ‘성급하다’=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핵무장론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최근 YTN, CBS 라디오 등에 출연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미동맹이 강건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북핵에 대한 억제력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이 주변 핵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지만 핵무장을 안 한다. 독자적으로 핵무장 하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핵 억지력이란 건 거리에 상관없다. 한미가 굳건히 동맹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에 (전술핵 배치가)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에 이은 한국의 핵무장은 동북아지역의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 역시 핵무장 할 명분이 생긴다. 안보엔 도움이 될지언정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는 격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와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로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한미동맹, 자유무역협정 등 국제 경제ㆍ외교관계의 파행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핵무장론 기저에는 ‘공포의 균형 이론’이 깔렸다. 핵은 기존 전술무기와 다르다. 재래무기로는 미사일, 군사 수 등으로 균형을 이루지만 핵은 단 한 발만으로 기존 재래무기의 균형을 무력화시킨다. 핵 대치 상황에선 다른 군사무기 보유가 모두 유명무실하다는 게 핵무장론의 논리다. 기존 핵무장 국이 핵을 끝까지 보유하면서도 기타 국가에는 무작정 핵확산을 억제하고 있다는 반발도 깔렸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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