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리얼푸드] ‘猫한 느낌’으로 일상을 위로하다…고양이라서 고마워
뉴스종합| 2016-02-24 11:02
도도하지만 고단함 달래주고 기분 안정시켜주는 반려동물…슈바이처도 “고통의 피난처는 고양이와 음악” 예찬


꺼버렸지. 가게 소파에 막상 누우니까 그렇게 피곤한데 정작 잠이 오지않는 거야.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생각이 많아지니까 자꾸 우울해지기만 하더라고. 그런데 갑자기 평소에는 제 발로 근처도 안오던 고양이가 내 배에 자리를 펴고 눕는 거야. 묘하게 순간 괜히 기분이 차분해지더라고. 그렇게 나를 무시하더니 이 고양이가 내 기분을 알아차린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더라. 위로해주려고 했던 건 지도 몰라.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주위만 해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보다 차라리 강아지를 데리고 사는 집이 많았으니까. 도도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하는 거라고는 잠자는 것 밖에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생물에 딱히 정이 갈 리도 없었다. 유일하게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 A 마저도 고양이의 무심함에 ‘상처’ 받고 개 한마리를 함께 입양해 본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키웠다. “고양이 덕에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는 A의 경험담은 그 자신뿐 아니라 이야기를 들은 내게도 꽤 충격이었다. 고양이에게 어떻게 위로를 받아.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라는 존재가 본격적으로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내 몸 하나 아직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서도 기어이 고양이 털이 펄펄 날리는 집에서 아등바등 살아내기를 5년. 손바닥 만했던 ‘아이’는 이제 병원에서 저칼로리 사료를 권유받는 우량아로 커버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는 시간. ‘단언컨대’, 서울살이, 월급쟁이의 고단함을 견디며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겨우 팔뚝 길이의 고양이 덕이었다. 


고양이는 인생의 피난처다=내게 관심을 보이는 일은 드물다. 그럼에도 예쁜 생물이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다 주고도 본전도 못 얻는’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에도 지인들에게 ‘고양이 예찬론’을 펴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고양이는 도도하다고 한다.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다고 주변에 알릴 때 사람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그 도도한 생물’을 어떻게 혼자 감당할 것이냐였다. 분명한 것은 갖은 애교로 무장한 강아지와 달리 슬로우라이프를 실천하는 무덤덤한 고양이의 행동이 바쁜 일상 속에 지친 마음을 누그러트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알버트 슈바이처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두 가지 피난처가 있다. 하나는 음악, 그리고 하나는 고양이다”.

이기적. 고양이를 설명하는 더 없이 적절한 단어다. 하지만 이기적인 것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할 때 그들이 자신들에게 ‘기쁨’을 주기 원한다.

실제 여러 조사들에 따르면 고양이는 적극적인 행동 없이도 사람들의 기분을 안정시켜주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212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그들의 고양이와 파트너가 자신의 기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결과는 이랬다. 고양이는 나쁜 기분을 완화시켜는 데 역할은 하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인 기분을 끌어올리는 것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친 하루, 고단한 몸, 귀가 후 불 꺼진 집. 이 사이에서 고양이는 당신을 노래할 만큼 기분 좋게 하지는 못하지만 지치고 힘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능력’을 가진 셈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인간과 고양이의 만남에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종의 동거에서 고양이가 펜을 잡지않는 한 ‘공부’의 임무를 지게 되는 것은 당연히 인간이다. 고양이의 습성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고양이는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지, 행동으로 고양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평화로운 동거의 출발점이다.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예민하다. 그래서 가구를 옮긴다던가 하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에게는 크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은 것들이 고양이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실제 고양이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고양이가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표출하는 흔한 행동은 아무데서나 소변을 본다던가 스프레잉(소변을 뿌리는 것)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울타리에 새로운 존재가 들어왔을 때, 가령 새로운 고양이가 등장하거나 집에 식구가 늘어나는 것도 고양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 때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새 존재’와의 접촉을 점차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흔히 고양이는 자신 외의 모든 것(인간을 포함한다)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 그건 오해다. 2007년에 수의행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인간이 어린시절에 보이는 ‘애착’과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연구는 고양이가 집사와 함께 있을 때 더 심리적으로 안정되며 주위를 어슬렁거린다든가 활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애착행동을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낯선 존재가 등장하면 평소보다 덜 울뿐더러 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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