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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퍼터 없이도”…애덤 스콧 PGA 우승
엔터테인먼트| 2016-02-29 11:28
PGA 혼다 클래식서 9언더파 우승
롱퍼터 아닌 일반퍼터로 첫 정상
강성훈 공동 10위 2주연속 ‘톱 10



‘꽃미남 골퍼’ 애덤 스콧(36·호주)은 며칠 전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롱퍼터 하나를 피터 도슨 전 영국왕립골프협회(R&A) 사무총장에게 선물했다. 도슨은 R&A 사무총장 재직 당시 롱퍼터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든 주역이다. 덕분에 롱퍼터 애용자 스콧은 오랫동안 험난한 일반 퍼터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스콧의 선물엔 말하자면 ‘당신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이야’라는 무언의 시위가 담긴 셈이다. 스콧은 인터뷰에서 “내가 선물을 주면서 카드에 뭐라고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도슨이 답장을 통해 ‘한물간(obsolete) 클럽들 사이에 놓겠다’고 했다”고 전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스콧이 마침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롱퍼터를 버리고 일반 퍼터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스콧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7158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혼다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3개씩 써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를 기록,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09만8000달러(약 13억5000만원). 스콧이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4년 5월 말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 이후 21개월 만이며 투어 통산 12승째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이 값진 이유는 스콧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롱퍼터를 버린 후 일반 퍼터로 일군 첫 우승이라는 점이다.

스콧은 2011년부터 그립의 끝을 가슴 부분에 고정해 시계추처럼 스트로크하는 롱퍼터를 써왔다. 스콧은 롱퍼터로 호주 선수로는 최초로 2013년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2014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하지만스콧은 롱퍼터와 이별해야 했다.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골프규칙을 개정해 올해 1월1일부터 롱퍼터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샤프트 끝부분을 배나 가슴에 고정하고 스트로크하는 이른바 ‘앵커드 퍼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롱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메이저대회를 잇달아 제패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일부에서 장비에 의존하는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게 배경이 됐다. 스콧에겐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롱퍼터와 일반퍼터를 혼용한 스콧은 15개 대회서 우승 없이 10위 안에 세차례 드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일반 퍼터 적응에 힘썼고 6개월만에 PGA 투어 정상에 오르는쾌거를 이뤘다. 스콧이 일반 퍼터로 우승한 것은 유럽프로골프 투어 대회였던 2010년 11월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오픈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가르시아와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스콧은 이날도 10번홀(파4)까지 가르시아와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가르시아가 11번홀(파4)에서 한 타를 잃으면서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12번홀(파4)에서는 스콧이 두 번째 샷을 홀 0.5m 거리에 붙여 2타 차로 달아났다. 14번 홀(파4)에서 가르시아가 버디로 다시 1타 차로 따라붙었으나 16, 17번 홀연속 보기로 승부의 무게 추가 스콧 쪽으로 기울었다. 2타 차에서 시작한 18번홀(파5). 스콧이 욕심내지 않고 파세이브 전략을 하는 사이 가르시아는 이글과 연장을 노리며 회심의 두번째 샷을 날렸다. 하지만 이 샷이 왼쪽으로 밀리면서 그대로 승부는 끝났다.

강성훈(29)이 1언더파 279타의 성적을 내면서 공동 10위에 올랐다. 강성훈은 지난주 노던 트러스트 오픈(공동 8위)에 이어 2주 연속 톱10에 오르며 시즌 초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키 파울러(미국)가 3언더파 277타로 비제이 싱(피지)과 함께 공동 6위, 필 미켈슨(미국)은 3오버파 283타로 공동 37위를 기록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4오버파를 치고 컷 탈락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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