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찾은 LG화학 오창1공장은 하루 24시간, 주말까지 100% 가동되고 있었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으로 축구장 17배가 넘는 12만3000㎡ 면적에 구축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는 연간 5000만셀이 생산된다. 하루에 쏘나타 하이브리드(HEV) 1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이 나오는 셈.
현재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GM(제너럴모터스), 르노, 현대ㆍ기아차, 아우디, 볼보 등 전세계 20여개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모델에 들어간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세계 친환경 차량은 총 50만대가 넘는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90년대에 전지사업에 진출 안했다면 지금의 LG화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제적 변화’를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초기 매출은 약 6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그의 20배인 1조2000억원 가량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특히 ‘스택 앤 폴딩(Stack & Folding)’ 구조와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 등 독자적인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스택 앤 폴딩은 전극과 분리막을 차곡차곡 쌓아 접는 방식으로 내부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SRS는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기술이다. LG화학이 생산하는 파우치 타입도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것으로, 캔 타입과 달리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차량 디자인에 맞춰 적용이 용이하고 수명도 길다.
박 부회장은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고작 60㎞를 갔지만 이제 한번 충전으로 500∼600㎞를 가는 꿈을 오창공장이 실현해가고 있다”며 “2020년께는 실제 당사 제품으로 상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중국의 전기버스 보조금 중단,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등에 대해 “우리의 기술, 원가경쟁력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LG화학은 미래사업으로 에너지와 물, 바이오 등 3대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자동차 배터리와 같은 비중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실사가 진행중인 동부팜한농 인수가 완료되면 바이오산업 성장 축도 확보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에너지, 물, 바이오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해당 분야를 시장 선도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한편 바이오 분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규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와 SSBR(고기능합성고무) 등 친환경 차량용 소재, 기존 배터리의 기술적ㆍ이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전지, 열전소재 및 연료전지용 소재 등 에너지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처리 역삼투압(ROㆍReverse Osmosis) 필터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수처리 필터 중 가장 기술력을 요하는 해수담수화용 필터 분야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2019년께에는 시장점유율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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