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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어제는 방망이·오늘은 수비…실력으로 증명한 이대호의 ‘진심’
엔터테인먼트| 2016-03-09 08:45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어제는 공격, 오늘은 수비. ‘조선의 4번타자’는 연일 그라운드 위에서 존재감을 증명하는 활약을 펼치며 마치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하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전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서 첫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이번엔 날렵하고 영리한 수비로 눈도장을 받았다.

이대호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렸다. 이대호는 타율 0.286(7타수 2안타)을 기록했고, 출전한 4경기 모두 출루에 성공해 출루율은 0.444가 됐다.

전날 홈런에 비한다면 공격 면에서 크게 내세울 건 없다. 하지만 발군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그간의 편견을 깨끗이 날렸다.



1회말 클리블랜드는 선두타자 호세 라미레스가 중견수 쪽 깊숙한 공을 치고 2루를 밟은 뒤 3루까지 가려다 귀루했는데, 이대호는 재빨리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2회말 무사 2·3루에서는 윌 베너블의 1루 쪽 강한 땅볼 타구를 잡아 홈으로 송구, 3루 주자를 잡았고 계속된 1사 1·3루 콜린 카우길의 내야 땅볼 때는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진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이대호는 5회말 호세 라미레스의 안타성 땅볼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은 뒤,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 온 투수에게 송구해 이닝을 끝냈다.

마이너 계약으로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진입이 1차 목표다. 그래야 인센티브포함 최대 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이대호는 한일 프로야구를 평정한 만큼 타격에서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다소 많은 나이와 수비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ESPN 스카우팅리포트는 “힘을 가진 스마트한 타자다. 볼을 골라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내는 힘이 좋다”면서도 “다만 수비 범위가 평균을 밑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대호는 “현지 언론을 보면 내가 뚱뚱하고 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성과도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며 “1년 동안 내가 뭔가를 보여주면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 내가 열심히, 잘해서 올라가면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데 대한 분노와 이를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솔직한 진심이 담겼다.

빅리그 시험무대서 조금씩 진가를 발휘하며 메이저 입성에 조금씩 다가서는 이대호의 행보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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