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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없는 長학생③] 창업해도 실패의 쓴잔 마시는 청춘
뉴스종합| 2016-03-10 09:00
- 지난해 20~30대, 1101개 신설법인 만들어
- 청년자영업자 51%, 창업 1년 만에 폐업
- ‘준비ㆍ경험 부족이 걸림돌’…실패를 취업 스펙으로 삼기도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던 오모(28ㆍ여) 씨는 얼마 전 가게 문을 닫았다. 오 씨는 “몸이 아프기도 하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창업을 하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다”며 “첫 몇달간 매출이 200만원도 안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박모(26ㆍ여)씨는 유아 교육 분야로 취업을 희망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동대문에 의류 매장을 차려놓고 지방에서 서울로 옷을 배송하거나,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는 일을 한다. 동분서주한 덕분에 다행히 가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고충은 남아 있다. 박 씨는 “사업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다보니 힘에 부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년 실업률 9.5%, 청년 비정규직 64% 등 2030세대의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끝이 보이지 않는 실업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까지 늘어나는 추세. 그러나 섣부른 도전으로 외려 상처만 입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도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9만 3768개로 나타났다. 증가율이 높은 연령층은 30세 미만 청년층이었다. 28.3%에 달하는 1101개가 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많은 도전 만큼이나 실패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청년자영업자의 51%는 창업 1년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5년안에 폐업하는 청년자영업자는 83%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소상공인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소상공인은 각각 41%, 70%로 나타났다.

철저한 준비나 대책없이 단꿈을 꾸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게 주된 패인이다. 실제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4년 개업한 청년창업매장 29 곳 중 11곳만이 1년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창업의 목표는 청년들이 1년간 사업자금 등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고객 반응이 좋으면 최장 2년까지 계약을 연장해주지만, 상당수는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나간다”고 말했다.

꼼꼼하게 준비해도, 경험 부족이라는 걸림돌을 무시할 수 없다. 2011년부터 온라인 게임회사를 창업해 운영해오던 고모(29ㆍ여) 씨는 4년여만에 사업을 접고 ‘월급쟁이’의 길을 택했다. 고 씨는 “한때 회사 가치가 60억에 달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경영감각 부재 등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게임시장이 넘어가는 흐름을 읽지 못해 사업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며 “결국 창업 멤버들도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불안정한 수입은 청년 창업자들의 고통을 심화시킨다. 고 씨는 “계속 회사를 꾸려나갈 생각으로 지분만 받고 일하겠다고 얘기해, 회사가 잘 나갈 때도 단 한 차례 300만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며 “그 이후로 2년 가까이 30만원만 받고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야 돈 욕심이 없어서 크게 문제된다 생각은 안 했지만 솔직히 생계가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창업을 애초부터 하나의 스펙으로 보고 취업 발판으로 삼는 일까지 생겼다. 자기소개서나 경력란에 한 줄 보태는 데 제법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러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관련 진흥원 등에서 지원을 받고 사업하는 시늉을 좀 하다가 취업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업난과 더불어 과거보단 정부 지원 등으로 창업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 것도 청년 창업 증가의 요인”이라며, “다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창업이 잘못되면 그것이 굴레가 되는 만큼, 정부에서 청년들이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경험이 없을수록 성공할 생각만 하는데, 어떤 업이든 가장 어려울 때가 어떤 때인지 가정해서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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