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알파고 충격, 그 이후]"알파고, 예측하기 힘든 수…이창호 9단 보는 듯”
뉴스종합| 2016-03-11 08:38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1국에선 186집 만에 불계패, 2국에선 초읽기에 몰리다가 허무하게 승리를 내줬다. 경기 직후 바둑계 인사들은 물론 AI 전문가 역시 혀를 내두르고 있다.

▶프로기사 예측을 넘어선 알파고의 수= 이 9단은 10일 진행된 2국에서 백돌을 쥐었다. 알파고는 1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포석으로 이 9단을 당황시켰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의외의 수를 뒀다.

이 9단과 프로기사를 놀라게 한 수는 13수째였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9단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초반에 5분 가까이 장고를 하다 좌변을 갈라쳤다.

알파고는 37수에서도 예측을 벗어났다. 우변 백돌에 입구 자로 어깨를 짚었다. 프로 바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수다. 이 9단이 이번엔 10분 가까이 장고를 하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코너에 몰린 이 9단은 211수 만에 백기를 들었다.

이 9단은 2국 직후 “오늘은 완벽한 패배다.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의 얼굴에는 이날 대국 전까지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모두 계산된 전략? 알파고의 무서운 학습능력=연이은 패배의 배경이 알파고의 계산된 변칙이라는 데 바둑계는 물론 AI 전문가도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그동안 바둑은 판세를 읽는 통찰, 창의적인 수 등으로 인간 지능의 집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알파고가 보여준 변칙 플레이는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었다.

바둑은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최대 250의 150제곱에 달한다. 모든 수를 계산하는 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알파고는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급 자원을 총동원 해 철저한 분석을 내렸다.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프로 바둑기사는 다음 수를 놓기 위해 초당 100개의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 알파고는 10만건의 경우의 수를 검색할 수 있다. 연산 능력의 경우 알파고는 100개 이상의 그래픽연산장치(GPU)에 달한다. GPU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최소 8배 이상 연산 능력이 빠른 걸 고려해보면 알파고는 컴퓨터 1000여대를 동원한 셈이다.

더불어 알파고는 신경망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의 직관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파고는 정책망 네트워크를 통해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위치로 검색 범위를 좁히며, 가치망 네트워크로 가장 승산 있는 수를 선택한다.

▶연패한 이세돌, 알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2국이 끝난 직후 바둑계는 술렁이고 있다. 알파고의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예측하기 힘든 수로 이세돌을 압박했는데, 마치 이창호 9단을 보는 듯했다”며 알파고의 실력을 언급했다. 이어 “이제는 남은 경기에서 한 판을 이기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라고 솔직히 밝혔다.

패색이 짙었다고 모두 이 9단의 연패를 예측하는 건 아니다. 단 2판을 가지고 인간이 스스로를 비하하기엔 좀 이를지 모른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지은 9단은 “이세돌의 연패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 따른 결과일 뿐, 결코 알파고를 넘지 못할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양재호 9단도 “이세돌이 전열을 정비해 남은 대국에서 최선을 다하면 3대 2의 역전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물러설 수 없는 3국은 12일 오후 1시부터 속개된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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