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친박계가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공관위 파행에도 오히려 느긋한 모습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선방식과 후보자를 결정지은 마당에, 오히려 공천일정이 촉박해 질수록 친박계가 유리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미루며 비박계를 압박하다가, 경선 없이 ‘민감 지역’에 후보자를 꽂아넣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난처한 것은 공관위 파행의 원인이 된 ‘지난 16일 기자회견’에 대해 사과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김무성 대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회된 최고위는 오후 9시에 속개될 예정이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rop.com |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박계와 비박계 공관위원들은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전체 회의 파행에 큰 온도 차를 보였다.
친박계는 “뭐 어쩌겠느냐”며 여유로운 모습이다. 박종희 공관위 제2사무부총장은 이날 회의가 최소된지 약 30분 만에 여의도 당사를 나서며 “(김 대표의 사과 등) 상황 변화가 없는데 회의가 열리겠느냐. 선거운동을 하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한구 위원장 역시 “(회의가 열리는) 당사에 가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칩거를 택했다.
반면 비박계 공관위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은 “우선 이 위원장과 연락을 해봐야 하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경선 진행 등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라고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이 위원장이 어디로 갔는지 연락도 안 된다”면서 “현재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일단 김 대표에게 보고하려 한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공천일정이 다소 늦어져도 친박계가 잃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구지역의 진박 후보들은 모두 공천을 확정 지은 상태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군)은 단수로 공천이 확정됐고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대구 서구),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ㆍ남구),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대구 북구갑)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반면 홍지만(대구 달서갑), 권은희(대구 북구갑) 의원, 이종진(대구 달성군), 김희국(대구 중남구),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등 친 유승민계는 이른바 ‘공천 학살’을 당했다.
결국 남은 것은 유 전 원내대표(대구 동구을)와 ‘취중 막말’ 파문으로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한 윤 의원(인천 남구을)의 지역구로, 이들 지역에 대한 공천일정이 뒤로 밀릴수록 복잡한 경선이나 토론과정 없이 원하는 후보를 꽂아넣을 수 있다.
반면 비박계는 공천일정 연기에 심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공관위 파행의 표면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 김 대표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가 없다. 앞서 최공재, 김순희 등 친박성향이 강한 공관위 외부위원들은 김 대표와 황 사무총장의 공관위 개입ㆍ압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회의를 보이콧 한 바 있다.
경선결과 발표 등이 미뤄져 전국 각지의 후보들이 반발하면 비박계가 ‘독박’을 쓰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도 ‘대권주자’의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는 김 대표로서는 이제 와 고개를 숙이기도 어렵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형국"이라며 "김 대표의 대응방향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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