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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靑春의 밥①] 내 ‘청춘 밥값’은 달랑 1000원이랍니다
뉴스종합| 2016-03-29 10:53
-아프니까 청춘이다→아플 여유없으니까 청춘이다?
-가벼운 주머니, 불확실한 미래…저렴한 학식 찾아
-돈 없고 시간 없어 강의실서 때우거나 굶는일 다반사


[헤럴드경제=배두헌ㆍ고도예ㆍ유은수 기자]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은 점심 메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직장인 뿐 아니라 대학에 다니는 청춘들도 매일같이 밥을 고민한다. 물론 ‘맛’을 고민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예산과 시간’을 고민한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데 물가는 오르고,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외식’할 여유가 안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고단한 청춘 인생이 느껴진다. 경기불황이 낳은 애로 사항이다. 사진은 서울대 학생식당의 ‘1000원짜리 식단’.

개강 한달여를 맞아 본지 기자들이 돌아본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에서는 ‘저렴하게 때울(?) 수 있는 밥’을 고민하는 청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경기 불황과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불투명한 미래에 신음하는 대학생들의 ‘밥 먹는 풍경’은 이 사회를 닮아 더 빨라지고 더 각박해지는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오전 고려대 학생회관 학생식당. 대부분의 학생들이 후닥닥 식사를 마치고 어디론가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반찬을 고른 수 만큼 돈을 내는 이곳 식당에서 학생들은 한 끼에 보통 2500원 정도를 지불했다.

수학교육학과 3학년 전희수(22) 씨도 거의 매일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1~2학년 시절에는 학교 밖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바빴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 전 씨의 설명이다. 이날 2500원어치 식사를 한 전씨는 “반찬을 꽤 많이 골라도 학식에서는 4000원을 넘지 않는다”며 “요즘 밖에 나가서 먹으려면 5000~6000원은 기본인데 학식에서 취업준비에 쏟느라 모자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1000원의 학식’으로 유명한 서울대 학생식당의 풍경도 비슷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학생식당의 조식을 1000원으로 인하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석식도 올해 봄학기부터 1000원으로 인하했다. 단돈 1000원짜리 식사지만 국과 밥, 김치, 야채 반찬에 고기류까지 구색을 갖췄다. 체육교육과 이모(27) 씨는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학교에서 밥을 먹는다”며 “같은 식단이 자주 반복되기도 하지만 정말 저렴해서 생활비 절약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학생식당 가격마저 부담되는 학생들은 김밥 등으로 식사를 때우기도 했다.

한양대 4학년 유모(26ㆍ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씨는 주중 5일 중 3일은 매점에서 라면과 삼각김밥,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학생식당 가격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긴데 사실 1주일 내내 모든 끼니를 매점에서 때우는 일도 있다“고 했다. 유 씨에게는 학식이 ‘고급스럽고 건강한 식사’다.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은 아예 강의실에서도 식사를 해결한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장모(23ㆍ여) 씨는 “점심시간에 공강을 내지 못해 쉬는 시간 5분을 활용해 강의실에서 김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냄새 날까봐 눈치가 보이지만 돈과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에게 이 쯤은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장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학교 급식을 먹던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같은 대학생들의 식사 행태가 청년들이 받는 사회적 압박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시간과 돈을 절약하려 학생식당만을 이용하거나 매점 등에서 간단히 식사를 때우는 모습은 취업을 위해 1분 1초라도 아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현재 청년 노동시장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고학년이 될수록 위축되고 여유가 없어지는 이같은 대학 풍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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