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손발 힘 빠지고 저릿저릿…길랑바레 증후군?
라이프| 2016-03-30 14:50
- 말초신경에 염증, 급성 마비질환

- 지카바이러스 감염환자에서 증상 보여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2주 전에 고열이 있는 감기 몸살을 앓았던 권모(68)씨는 어느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걷기도 힘들어졌다. 권 씨는 ‘다시 감기 몸살이 심해지려나’보다 생각했다. 다니던 동네 의원을 찾아 감기 몸살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그러나 증상은 차츰 악화돼 1주일 뒤에는 아예 다리가 마비돼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권 씨는 신경과 의사의 진료를 통해 말초신경질환인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1916년 1차 세계 대전 당시 군인들에게 발생한 사지 마비를 프랑스 신경학자인 G. 길랑과 장 바레가 처음으로 발견해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명명했다. 올해는 길랑바레 증후군이 최초 진단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동안의 학술적인 연구 발전 내용들을 다루는 기념 학회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다.

이름도 생소한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질환이다. 매년 10만 명당 1~2명 정도 나타나는 흔치 않은 질환이다.



‘Campylobacter Jejuni’라는 장내 세균이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장염이나 상기도감염 증세를 앓고 난 후 인체에서 생성된 항체가 말초 신경계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길랑바레 증후군의 증상은 말초신경의 기능이 약화돼 사지의 근력과 감각 장애가 발생한다. 심해지면 호흡근이 마비돼 기관절개와 기계호흡을 하기도 한다.

운동ㆍ감각 신경의 장애로 호흡근과 얼굴을 포함한 전신에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눈동자를 움직이는 근육의 마비로 복시가 생기고 균형감이 소실되는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드물지만 중추신경계까지 염증이 침범해 의식의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에서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생되는 보고들도 있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나타나는 증상과 신경전도검사(nerve conduction), 뇌척수액검사(cerebrospinal fluid)를 실시해 진단한다. 치료 시기가 늦을수록 후유 장애가 남을 확률이 높고 치료 기간도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급성기 치료로 면역글로불린 주사나 혈장교환술을 실시해 증상의 악화를 멈추게 하고, 이 후 운동재활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김병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길랑바레 증후군은 선행 감염으로 호흡기질환이나 장염이 있을 수 있어 단순한 감염 증상 재발로 오인돼 뒤늦게 신경과를 찾아 진단과 치료를 시작한다”며 “의료진들이 평소 말초신경계 질환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늦지 않게 신경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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