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홈메이드, ‘초’치는 봄…
뉴스종합| 2016-03-31 11:01
요리에 넣고 마시고 이젠 만들어 먹는 ‘천연 조미료’로 진화
과일·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 첨가 다양한 변신



건강 칼럼니스트 칼 오레이(Cal Orey)는 식초를 ‘자연이 준 기적의 물’이라고 했다. 보관하고 있던 술이 우연히 변해 만들어진 식초는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어 웰빙 시대의 건강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미료라고도 볼 수 있는 식초는 무려 1만년 이상 인류의 삶과 함께해 왔다.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감기 및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식초를 항생제로 사용했으며, 성서에도 식초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3000년 전부터 식초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식초는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등 몸에 좋은 유기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런 유기산들은 인체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피로 원인 물질인 젖산을 분해해 피로를 풀어주고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다. 간 기능에 관여하는 알부민의 생성에도 기여해 간 세포 활성화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또한 정신 안정 작용을 하는 칼슘과 미네랄의 체내흡수율을 높여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저하된 소화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도 한다.

식초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돼 1945년, 1953년, 1964년 세 차례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식초는 우리나라에서도 집집마다 있는 중요한 식품이다. 요리에 이용하는 조미료에서 마시는 음료로 진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직접 만드는 사람도 늘어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123RF]


요리에 쓰이는 합성식초·양조식초…

전통적으로 요리에 사용돼 온 식초는 제조법에 따라 합성식초와 양조식초로 나뉜다.

합성식초는 빙초산이나 초산을 물로 희석하고 조미료를 가한 것이다. 빙초산은 석유를 원료로 해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든 후 이것을 다시 화학적으로 산화시켜 초산을 만든 것으로, 초산 외에 영양성분이 없고 강산성이다. 합성식초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알려지면서 선진국에서는 빙초산을 독극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대중음식점에서 사용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양조식초가 사용되고 있다.

양조식초는 알콜성 곡류 음료나 과실류 등을 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효모를 이용해 당을 알콜로 만들고, 초산균을 이용해 알콜을 초산으로 변화시킨 후 약 6개월~1년 동안 숙성시켜 풍미를 만든다. 사용하는 원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양조식초는 쌀식초, 현미식초, 맥아식초, 사과식초, 포도식초, 감식초, 레드와인식초, 발사믹식초 등이 있다. 현미식초는 아미노산이, 사과식초는 칼륨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

홍초·미초·흑초…다양해진 마시는 식초

조미료로 인식되던 식초가 마시는 음료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음용식초 제품들이 나오면서부터다. 2006년 대상 청정원 ‘홍초’, CJ제일제당 ‘미초’, 샘표 백년동안 ‘흑초’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음용식초가 대중화, 보편화됐다.

홍초는 100% 원물 발효 식초로 만들었으며,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사용했다. 변비를 예방하는 식이섬유와 피부에 좋은 콜라겐, 간과 심장에 좋은 헛개나무농축액 등을 첨가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 관계자는 “비타민C와 구연산이 풍부한 히비스커스도 함유돼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흑초는 100% 통알곡 생현미를 자연발효한 식초다.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맑은 검은빛을 띄어 흑초라 불린다. 일본 장수마을 가고시마현의 건강 비법으로도 알려진 흑초는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성분의 함량이 높다. 샘표 관계자는 “체내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건강+안전…내 손으로 만드는 DIY 식초

식초가 건강 식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식초를 사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천연식초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천연식초는 알콜과 종초를 발효시켜 만든다. 알콜은 주로 막걸리를 사용하는데, 막걸리를 직접 담그거나 생막걸리를 20~30일 발효시켜 알콜을 생성한다.

1차 발효 후 막걸리의 찌꺼기를 걸러 내고 액체 부분만 따로 준비해 모균(母菌)인 종초와 섞는다. 이를 소독한 병에 담아 2~12개월 발효시키면 식초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과일이나 채소, 곡물을 첨가하면 다양한 맛의 천연식초를 만들 수 있다. 바나나식초ㆍ파인애플식초ㆍ포도식초ㆍ배식초ㆍ블루베리식초 같은 과일식초부터 호박식초ㆍ마늘식초ㆍ당근식초ㆍ도라지식초 등 채소식초, 현미식초ㆍ콩식초 등 곡물식초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막걸리부터 발효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100% 발효식초에 과일, 채소, 곡물과 설탕을 넣고 간편하게 식초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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