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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규 “안현수 형과 올림픽서 붙고 싶다”더니...너무 일찍 가버린 어린왕자
엔터테인먼트| 2016-04-04 09:15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꿈이요? 제 롤모델인 안현수 형이랑 올림픽에서 진검승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제2의 안현수’로 불렸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노진규가 3일 밤 암 투병 중 사망했다. 향년 24세.

노진규는 2011년 영국 셰필드 세계선수권서 1000m와 1500m, 3000m 슈퍼파이널을 싹쓸이하며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소치올림픽 직전인 2014년 1월 훈련 도중 왼쪽 팔꿈치가 골절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골육종 암세포가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았고 결국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노진규는 2년 간 암과 외로운 싸움을 하다 병세가 악화돼 유명을 달리했다. 


노진규는 선수 시절 ‘성실함’으로 정평이 나 있던 선수였다. 세계선수권 우승 직후 김기훈-채지훈-김동성-안현수를 잇는 대표팀의 새 에이스로 우뚝 섰지만 대표팀 선수 중 가장 오랜 시간 훈련에 매진했다.

지난 2011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후 노진규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제가 타고난 게 거의 없어요. 운동신경도 없어요. 기술이 부족하니까 일단 남들보다 체력을 키우자 생각해서 열심히 운동하는 거죠. 그래서 체력이 제 장점이 됐어요. 단점이요? 체력 말고 전부 다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노진규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누나 노선영의 뒤를 이어 스케이트를 신었다. 누나의 뒷바라지를 하던 어머니가 아홉살 밖에 안된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나올 수 없어서 “이 참에 너도 누나랑 같이 스케이트를 타보라”고 권유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타고난 체력과 성실함으로 1년 만에 기량을 만개했다.

체력과 지구력에 비해 게임 운영이 다소 부족해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안현수였다. 안현수의 영리한 게임운영과 치고 나갈 때의 어마어마한 스피드. 훈련이 끝나고 매일 밤 안현수의 레이스를 동영상으로 보며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노진규는 당시 이미 러시아로 귀화했던 안현수를 올림픽에서 만나고 싶어 했다.

노진규는 “현수 형이랑 대표팀에서 같이 타보고 싶었는데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소치올림픽에서 꼭 진검승부를 펼쳐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팬들에게 ‘빙판 위의 어린왕자’라는 애칭도 얻었던 노진규는 인터뷰에서 “하는 일도 스케이팅, 취미도 스케이팅, 스트레스 해소도 스케이팅으로 풀어요. 거의 하루종일 스케이트만 생각해요”는 모범생같은 대답을 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스케이팅이 자신의 전부라던 노진규.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병상에 누운 그는 그대로 일어나지 못한 채 너무 일찍 하늘로 가버렸다.

노진규의 장례식은 서울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2층 VIP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5일 오전 7시에 열린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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