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홍석(인천) 기자] “오는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을 알리기 위해 이 일대 설악산, 오대산, 대관령, 두타산 등 깊은 산속에 있는 신령스러운 소나무를 주제로 한 것이 이번 작품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천하걸작 한국영송 장국현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는 ‘금강송(金剛松)’ 사진작가 고송(古松) 장국현(74) 옹은 이번 작품전 만큼은 역대 자신이 준비한 그 어느행사 보다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장 작가는 내년 5월 프랑스 파리 작품전 등 해외 소나무 작품전 준비를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깊고 깊은 설악산, 오대산, 대관령, 두타산 등의 산중에서 호랑이 처럼 숨어있는 신령스러운 고송(古松), 초송(超松), 신송(神松) 들을 만나 이 영송(靈松)들을 차곡차곡 렌즈에 담았다.
“2014년 8월 무작정 강원도로 가 이들 산에서 소나무를 찾아다녔습니다. 1년여 동안 야생동물처럼 하루 한 끼 생식하면서 숲을 마구 다녔죠. 산세가 험하고 한겨울 영하의 추위 속에서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습니다. 생사를 걸고 다니는 과정에서 멋진 소나무들을 만나 탄생한 작품들입니다.”
렌즈에 담은 사진들 가운데 해발 500m 이상 산지에서 생사를 무릎쓰고 촬영한 장 작가의 영혼이 담긴 금강송 사진 51점이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다.
‘금강송’ 사진작가 고송 장국현(74) 옹이 자신의 영혼이 담긴 소나무 사진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장 작가는 “이 세상에 한 번도 선보인적이 없는 소나무들을 찾아내 영적인 기운을 담았다는 것이 저로서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며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산의 좋은 기운과 소나무의 맑은 기운을 담아 내기 위해 한밤중에 험한 산에 올라 해뜨기 전후인 새벽녘에 찍었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한 이것이 바로 천하걸작 영송을 찾아내고 한 번뿐인 ’결정적 순간‘을 잡아 내는 장 작가만의 비법이 아닌듯 싶다.
그는 소나무의 기상을 실물 보는 것 같이 하기 위해 실물크기와 비슷하게 제작해 이번 작품전에서 소개한다.
대승송, 신선송, 신룡송 등은 초대형 병풍(640×260㎝) 등 병풍 7점과 천하를 호령하는 최고 둘레 6.4m 황제송(皇帝松), 신령스러운 구멍에서 나온 영혈송(靈穴松), 천학송(天鶴松), 무릉선원의 무릉송(武陵松) 등은 규모와 크기면에서 압도적이다.
전시작품은 프랑스 파리 전시작품 13점을 포함해 모두 64점이다. 또 국내에서 가장 큰 사진집(40×30㎝)도 출판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전이 열리는 예술의 전당은 장 작가에게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전시회 장소가 세계적인 화가들 작품만 전시한다는 ‘예술의전당’입니다. 순번도 반 고흐, 세잔, 모네전에 이은 전시여서 욕심도 났습니다. 국내 작가가 작품전을 여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저로서는 큰 행운입니다.”
순수 자기돈 3억6300만원을 들여 준비한 장 작가는 이번 작품전을 통해 마련되는 수익금을 범어대성당에 기부하기로 했다. 대구의 한 인사로부터 대구 범어대성당에 파이프오르간(28억원 상당)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돼 ‘파이프오르간 성금 마련전(展)으로 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 작가의 기부는 2014년 7월 촬영에 방해 돼 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내 금강송을 베어냈다는 이유로 소송이 벌어진 것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하다.
장 작가는 그동안 약 500여 그루의 소나무 사진을 찍었다. 칠순의 나이에도 아직은 건강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소나무 기록’을 향한 그의 대장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50년 이내 소나무 개체 수가 반으로 줄어들고 100년 이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고 합니다. 이 때쯤 후손들이 제 작품을 통해 소나무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경북 칠곡이 고향인 장 작가는 대구고(1회)를 나와 영남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 출신인으로, 그동안 국내외 사진전 200여 차례 수상했으며, 개인전 수익금 3억원을 정부 성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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