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포처럼 청사진을 설명했다. 취임 한 달을 맞아 지난 21일 첫 기자간담회를 한 박상우<사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할 말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쌓여 있는 모양이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 사장이 돼 없던 관절염까지 생긴 지경이라면서도 동분서주를 말했다. 몸만 바쁜 게 아니라 머리도, 마음도 바쁘게 일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 상상력이 꽤 가미된 내용들을 풀어놨다. 30년 가까이 건설 관련 공무원(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ㆍ기획조정실장 역임)으로 일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라고 했다. 핵심적인 걸 요약하자면 ‘3진(進)론’이다. LH가 나아갈 방향성이다.
해외로 가겠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150만명 가량 지구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한 경제연구소 자료를 인용, “울산 정도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인구가 폭발하는 제3세계 국가들은 국민에게 집을 지어줘야 하는 필요성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LH의 가능성은 대규모 신도시를 여럿 조성한 노하우에 있다고 그는 봤다. 그래서 회사 안에 ‘스마트 K-시티(City)’ 팀도 만들었다. 중동 등에 한국형 신도시를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LH가 중심이 되고 해외 경험이 풍부한 건설사ㆍ금융사를 모으겠다는 아이디어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드림팀을 만들려고 한다”며 “정부와 밀접히 협의해 ‘작품’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 LH만의 돌파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또 도심으로 가겠다고 했다. 도시 외곽에 주택을 공급하고 산업단지를 개발하려는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LH의 사업패턴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거다. 박 사장은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도시재생과 주거복지를 연계한 융복합 서비스를 찾아가야 한다”며 “LH가 갖고 있는 도시내 다가구 임대주택 등을 잘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선보인 송파 삼전지구의 행복주택을 예로 들었다. 낡은 다가구 주택 30가구를 행복주택 40가구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그는 “LH의 미래는 도심에 있다”며 “도심에서 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적 사업인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도 기존 방식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덧붙여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금융전문회사도 거론했다. 그는 “우리 정도 규모의 부동산회사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이에 걸 맞는 부동산금융전문회사로 가야 한다”며 “지금 투자처를 못 찾아 은행에 들어가 있는 돈이 많은데, LH가 나서서 공동의 투자선단을 만들면 여기저기서 좋은 프로젝트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리츠 등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민관공동주택사업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순히 집과 땅을 파는 게 아니라고 창조와 혁신이 있는 부동산을 공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주택 가까이에 경제활동을 붙여 직주근접(職住近接)이 가능토록 해야 한단 얘기다.
박 사장은 이밖에 조직 내부 역량 강화와 관련, “5년, 10년 단위의 경영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에 따른 부침을 겪기 쉬운 LH의 사업구조를 볼 때 안정적 경영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아울러 LH의 존립기반이자 성장 발판이 되는 고객 신뢰 구축에 대해선 “‘LH 직원들은 거만하다’, ‘공무원보다 더 갑질한다’, ‘LH 아파트는 하자만 있다’는 등의 비난을 받으면 우린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며 “우리 고객인 입주민, 보상대상자, 건설사 등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 사랑 받는 LH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