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기사도 승객도 女·女…‘제2 우버’ 노리는 두 ‘여성전용마차’
뉴스종합| 2016-04-22 11:31
여성 뉴요커의 발‘쉬 택시스’
운전자 고용시 전과기록조회 범죄자 유입차단
여성성 상징 분홍색 車·스카프 트레이드마크로
역차별 논란불구 ‘안심귀가용’ 워킹맘들에 인기

보스턴 여성마차‘채리엇포위민’
창업자 펠레츠, 택시폭행 경험으로 창업 연결
승객·운전자 보안카드 확인 통해야 이용가능
요금중 2% 여성단체 등 비영리 단체에 기부



세계 1위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의 성공신화가 여성전용서비스에서도 재현될까.

창업 8년만에 세계 이용자 10억명을 돌파하고 기업가치가 680억달러(82조6000억원)로 급성장한 우버. 미국에서 이를 거울 삼은 여성만을 위한 배차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뉴욕에서 출범한 ‘쉬택시스(She Taxis)’와 지난 19일 본격 시행한 ‘채리엇포위민(Chriot For Women)’이다.

쉬 택시스 CEO 스텔라 마테오.

여성 뉴요커의 발 ‘쉬 택시스’=쉬 택시스는 여성 택시 기사와 여성 승객을 연결해주는 뉴욕 기반 콜택시 서비스 업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스텔라 마테오가 교통수단 고용단계에서 수반되는 남녀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고, 택시에서 일어나는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었다.

마테오는 2000년부터 10년간 남편 페르난도 마테오와 뉴욕주택시운전자연맹(New York State Federation of Taxi Drivers)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뉴욕 내 택시사업이 당면한 문제를 쉬 택시스를 통해 해소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여성운전자 고용이 낮다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실제로 5만여명의 뉴욕 택시 운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마테오는 “뉴욕에서 하루 60만회의 택시 승차가 이뤄진다”며 “택시에 탄 승객 중 60%가 여성”이라고 말했다.

두 딸의 어머니이기도 한 마테오는 뉴욕 여성들이 밤길에도 안심하고 택시를 탈 수 있도록 안전성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마테오는 “나는 친구들과 외출할 때 남성보다 여성 기사를 선호했다”며 “일부 남성 운전자는 뒷좌석에 스커트를 입고 있는 우리를 흘끔흘끔 쳐다보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쉬 택시스는 운전자 지원단계에서부터 택시 면허증과 운전자 보험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전과기록조회시스템을 도입해 뉴욕시 전범자들의 지원을 사전에 차단한다.

뉴욕에서 택시운전을 20년째 하고 있는 여성 택시기사 디노라 드 크루즈는 “여성 승객을 태울 때 택시 안은 더 평화롭다”며 “한번은 웃옷을 뒤집어 입은 승객이 옷을 바로 입기도 하고, 인내심을 요하는 아이를 데리고 타는 여성 승객들은 나를 보고 안도하곤 했다”고 전했다. 크루즈는 쉬 택시스 앱에 등록된 뉴욕의 여성 택시운전사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 택시스가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만은 아니다. 2014년 출범 직전 여성 승객만을 태운다는 이유로 ‘역차별 논란’이 일면서 서비스 시행이 예정보다 두 달 늦춰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남성 승객에게 남성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막상 서비스가 시작되자 여성 고용을 촉진하고 자녀 안심 귀가용으로 워킹맘의 이용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 속에 논란은 잦아들었다.

현재 쉬 택시스의 여성 이용자들은 전용앱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뉴욕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롱아일랜드에서 택시를 부를 수 있다. 여성성을 나타내는 분홍색 승용차와 분홍색 스카프를 두른 여성 운전자가 쉬 택시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채리엇포위민의 공동창업자이자 마이클 펠레츠의 부인인 켈리 펠레츠가 앱 화면을 보이고 있다.

보스턴 여성마차 ‘채리엇포위민’=모바일앱 ‘채리엇포위민’은 보스턴을 기반으로 여성 운전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채리엇포위민은 ‘여성을 위한 마차’라는 뜻이다.

채리엇포위민은 한때 우버 운전자였던 마이클 펠레츠가 창업했다. 펠레츠가 채리엇포위민을 만들게 된 계기는 우버 운전자로 일할 때 겪은 끔찍한 폭행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당시 한 남성 승객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후 정신을 잃었고 알지 못하는 곳에 버려졌다. 펠레츠는 “만일 내가 여성이었다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여성들이 밤길에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한 운송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리엇포위민의 안전규칙은 매우 엄격하다. 운전자는 매일 본인 확인 차원에서 지문 인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승객들도 운전자와 공유한 보안카드를 통해 탑승 전 자신이 애플리케이션에서 신청한 차량이 맞는지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모든 운전자가 메사추세츠시에 전과기록이 없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펠레츠는 기존 배차서비스와 다른 차별화 전략도 내세웠다. 여성 운전자만을 고용한다는 원칙 외에 승객으로는 여성뿐만 아니라 13세 미만의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펠레츠는 “택시배차서비스 대명사인 우버와 리프트(Lyft)도 아직 손대지 않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채리엇포위민은 첫 출발부터 호조다. 현재 택시기사 신청만 1000명을 넘어섰다. 택시요금은 기존의 택시들과 비슷하게 책정되며 서비스 요구에 따라 유기적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가격변동시스템 ‘서지프라이싱(Surge Pricing)’은 적용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마이클은 ‘기부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공익적인 가치도 실현하고 있다. 승객들이 낸 요금의 2%가 여성 지원 단체나 여성 학대 보호소 등 여성을 위한 비영리 조직에 기부된다. 승객들은 모바일 앱에서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기관을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seri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