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세계는, 왜]술 마시면 시동도 못건다…‘음주운전 전자발찌’ IID, 국내 도입은 언제쯤?
뉴스종합| 2016-04-25 10:16
[헤럴드경제=김성훈ㆍ이수민 기자]#. A 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갑자기 아프다는 연락에 운전대를 잡았다가 단속에 걸려 면허가 취소됐다. 한 주에도 3번 이상 집에서 43㎞ 떨어진 병원에 부인을 데려가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눈 앞이 캄캄해졌다.

#. 농사와 연탄 배달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B 씨도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면허가 취소됐다. 그나마 차가 있어 장애가 있는 자녀들을 근근이 부양해왔는데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졌다.

음주운전을 어떻게 막느냐는 문제는 세계 각국의 골칫거리다. 선처를 하자니 피해가 너무 큰 반면, 면허를 취소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니 AㆍB 씨와 같은 생계형 운전자의 사연이 걸린다. 우리 정부 역시 처벌 강화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지난해 광복절 220만명이 넘는 교통법규 위반사범에게 특별사면을 해줬을 정도다. 이에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면 아예 차에 시동도 안 걸리게 기술적으로 막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ㆍIgnition Interlock Device)’다.


IID란 차량 내에 음주측정기를 달아 놓고 운전자가 자신의 호흡을 불어넣어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 이하일 경우에만 차의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다. 일종의 음주운전계의 전자발찌 같은 것이다. 지난 세기 후반 무렵부터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에서 일부 차량에 도입돼 점차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주 별로 IID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메릴랜드주는 지난 달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으로 적발될 경우 IID를 의무 장착하는 법안을 최근 상ㆍ하원에서 모두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0.15% 이상만 의무 장착하도록 했었는데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주에서도 음주운전을 한 번이라도 할 경우 반드시 IID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IID 관련 법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음주운전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주는 25개에 불과하다.

IID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음주운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음주운전 방지 어머니회(MADD)’에 따르면, IID 도입으로 인해 1999년 이후 177만명 이상의 음주운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펜실배니아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IID는 음주 관련 사망 건수를 1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허 취소의 경우 몰래 운전하는 사례를 막을 수 없지만, IID가 설치되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전자발찌처럼 추적도 가능하다.

IID를 도입할 경우 음주운전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면허 취소나 형사처벌은 무의미해진다. 택시ㆍ화물차ㆍ택배 기사 등이 면허 취소로 생계가 끊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 평범한 국민이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IID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술적 결함이 있을 수 있고,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주류업계 등의 로비도 확대 적용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OECD회원국 중 교통사고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IID에 대해 거의 주목하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0%가 넘을 정도로 습관화돼 있지만, 처벌과 선처의 냉ㆍ온탕만 반복할 뿐이다. 국토교통부는 2011년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에서 IID 장착을 활성화해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국토부 관계자는 “IID 관련해서는 추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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