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연비조작에 미쓰비시車 ‘풍전등화’…주가 곤두박질ㆍ영업이익 1/3 토막 전망
뉴스종합| 2016-04-25 15:54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연비조작 파문에 일본 미쓰비시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미쓰비시자동차가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비조작 이후 사흘만에 42%나 폭락한 주가는 향후에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1/3 토막 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풍전등화 미쓰비시車…주가ㆍ영업이익 곤두박질=미쓰비시차 주가는 연비 조작 이후 사흘 만에 42%나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문제는 더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쓰비시차의 순현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4500억엔(약 4조7000억원)이다.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종가기준으로 이 금액보다 불과 10% 더 많다.

이번 사태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 문제가 된 모델(4개 차종 62만5000대)의 생산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다른 차종 판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이와 관련 미쓰비시의 영업이익이 현 회계연도에 거의 ⅓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세금ㆍ이자ㆍ감가상각ㆍ대손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전문가 평균 전망에 따르면 EBITDA가 1470억 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 전에 미쓰비시의 시가총액은 EBITDA의 약 2.3배였다. 브랜드 가치의 추락으로 장기적 성장이 저해될 것을 고려해 가치를 25% 낮추면 기업가치는 2500억 엔이 된다.

여기에 보상비 지급 영향을 더해야 한다. 미쓰비시는 연비 차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받은 경차 세제 혜택도 돌려줘야 한다. 물론 벌금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는 대당 최대 16만6000엔의 비용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20만 엔으로 전망했다. 보수적으로 25만엔을 책정해 62만5000대의 총비용을 뽑아보면 1천560억 엔(1조6000억원)이 나온다.

하지만 사태가 확대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는 2013년이 아니라 2002년부터 연비 측정에서 부정확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따지면 대상 차량이 일본에서 판매된 것만 200만대가 넘을 수도 있다. 25만대를 200만대로 계산하면 주가에 59%의 하락 요인이다.


그룹차원 진화 나서나…그룹도 ‘내 코가 석자’=이에 따라 미쓰비시그룹이 이번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미쓰비시차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그리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중공업을 비롯해 상사, 은행 등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 3개사는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지원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미쓰비시차의 모태인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국 원자력발전소 거액 소송과 소형여객기 MRJ 개발 장기화에 따른 누적손실, 대형여객선 사업에서의 수조원대 손실에다 자동차 문제까지 ‘네 가지 악재’가 겹친 상태다.

미쓰비시중공업 주가는 작년 말에 비해 이미 20% 하락했다. 닛케이는 미쓰비시차 사태까지 겹쳐 시장에서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소송에서는 8조원대 배상청구를 받고 있다. MRJ 개발도 장기화되면서 누적손실도 크게 늘고 있다. 대형여객선도 계속된 설계변경 등으로 1039억엔(약 1조764억원)의 특별손실을 계상하고 있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지난 3월 말 끝난 2015회계연도 연결순이익이 660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40%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예상은 18% 줄어든 900억엔이었지만, 대형여객선 사업에서 발생한 특별손실을 계상하면서 순이익 감소폭이 컸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상사도 자원가격 하락으로 2015년도 결산에서 창업 이래 첫 적자가 예상된다. 미쓰비시UFJ은행은 1월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정책 영향으로 영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한편,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번 사태로 경영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2017년 3월 종료되는 2016회계연도 실적 예상치 발표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애초 27일 2015회계연도(2015년4월~2016년3월) 연결결산 결과와 함께 2016년도 예상치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예상치 발표는 연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응은 연비 조작 차량을 구매한 사람에게 얼마나 보상해야 할지 아직 모르는 데다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판매에도 악영향이 예상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차가 2월에 공개한 2015년도 연결결산 전망은 세후이익이 전년보다 15.4% 줄어드는 1000억 엔(약 1조360억원)으로 7년 만에 이익이 감소했지만 흑자는 유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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