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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읽는 31세 사우디 왕자…그는 왜 금융권력을 탐하나
뉴스종합| 2016-04-29 11:21
권력 실세로 불리는 모하마드 부왕세자
경제개혁안에 ‘2조달러 국부펀드’ 담아
석유중독 털고 금융왕국 ‘야심찬 계획’



“사우디가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 권력을 집중시켜 아랍 세계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

독일의 대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BND는 당시 사우디가 충동적인 개입정책으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2왕세자(부왕세자)가 있었다.

BND의 보고서는 단순히 우려가 아니었다. 작년 3월 아랍 연합군을 결성해 이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예맨에서 많은 지역을 장악했던 자이디 시아파 반군을 상대로한 사우디의 공습 뒤에는 모하마드 왕세자가 있었다. 올해 초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릎쓰고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시아파 성직자 47명을 처형하고,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한 것도 모하마드 왕세자의 입김이 컸다. 이 뿐인가. 타결 직전까지 갔던 도하합의(산유량 동결)가 한 순간에 깨진 것도 모하마드 왕세자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사우디의 모든 권력이 모하마드 왕세자에게서 시작해서 끝나고 있다.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나이는 불과 31세에 불과하다. 최연소 사우디 국방장관이면서 동시에 석유 왕국 사우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이다. 또 사우디의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왕실의 경제ㆍ개발 위원회 의장이기도 하다.

그가 사촌형이자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무하마드 빈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실세’로 불리는 이유다. 어린 나이에 군사와 경제 등 사우디의 모든 권력이 그의 손에 있는 셈이다. 외국으로 유학하지 않고 20대 초반부터 부친 아래에서 차분히 왕권 수업을 받아와 살만 국왕 사후에 사촌 형을 제치고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살만 빈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 넉달만에 전임 압둘라 국왕이 “절대로 번복하지 말라”며 칙명으로 임명한 왕세자를 폐하고 자신의 아들 모하마드를 부왕세자로 임명했을 당시 사우디엔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인물 됨됨이에 대한 수수께끼도 많아 소셜네트워크(SNS)에선 “막돼 먹은 문제아”라는 글이 떠돌기도 했다. 그렇다고 부왕세자로 임명되기 전 별다른 실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외국으로 유학한 경험도 없다.

하지만 그는 부왕세자로 임명되자 마자 예멘 전쟁에서부터 이란-사우디 갈등, 석유시장 등 세계 정치경제의 판세를 뒤흔들었다. 파드에서부터 자신의 아버지 살만 국왕까지 이른바 ‘수다이리 파’의 왕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그는 사우디에 유리한 권력지형을 만드는 데 능숙했다. 그러다 보니 “독단적이다”, “도박꾼이다”, “섣부른 모험을 즐긴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런 그가 이제는 금융권력에 손을 뻗고 있다. 지난 25일 ‘포스트 오일’ 시대를 이끌기 위한 주요 경제개혁안의 주요 내용에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2조 달러의 신규 국부펀드(PIF)는 전세계 자산운용사 중 블랙록, 뱅가드, SSGA에 이어 4위의 운용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국부펀드 업계에선 최대인 노르웨이 GPF-Global(8250억 달러)의 2배 이상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돈 줄이 사우디가 되는 셈이다. 석유에 중독된 사우디를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금융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사우디의 움직임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그 해에 사우디는 금융센터로 키우기 위해 ‘킹 압둘라’ 금융단지를 수도 리야드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단지의 정보기술 책임자 칼리드 알아르파이는 홍보용 비디오에서 “세계 10대 금융권으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사우디는 2008년 8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스왑계약 형태로 자국 상장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중동권 최대 규모인 사우디증권거래소(타다울)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부분적인 투자 허용에도 불과하고 사우디의 금융시장 개편은 다소 지지부진했다. 과감한 경제 개혁에 나선 모하마드는 2015년 최소 50억 달러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최저 5년의 영업 경험이 있는 금융법인에 직접투자 허용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왕족의 이권이 얽혀 있어 사우디의 ‘성역’으로 통하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와 지분매각을 선언한 것은 새로운 금융권력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모하마드는 자신이 사우디판 ‘대처리즘’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이코노미스트에 중동의 금융허브가 아랍에미리트(UAE)가 아닌 사우디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는 드러내 놓고 손자병법과 윈스터 처칠의 저작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누가 모함을 해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도 손자병법과 처칠을 통해서라고 한다. 그 만큼 야심적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인 생활만 놓고 보면 다처(多妻)를 둔 다른 왕실 인사와 달리 공식적으로 밝혀진 부인이 1명인 등 ‘신세대적’이다. 사우디 국영 매체 알아라비아는 “아이폰과 애플 컴퓨터의 애용자인 모하마드는 스티브 잡스를 닮고 싶어하며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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