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나의 예술취향 다 담는다”…빌리어네어들의 통큰 미술관 사랑
뉴스종합| 2016-04-29 11:21
조지 루카스 감독, ‘LMNA’ 2019년 시카고서 개관
프라다 CEO, 밀라노에 미술관 “영감의 원천으로”


프랑스 부호 피노, 베니스 궁전 개조 미술관으로
中류이첸 회장, 미술관 2곳에 1900여점 소장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내 품에 소장하고픈 욕구. 이 욕구는 부자들로 하여금 고가의 예술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든다. 실제로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명망있는 경매에서 초고가 작품을 단 몇 분만에 사들이는 인물의 대부분은 미술과는 큰 관련이 없는 기업가나 부자들인 경우가 많다. 수집에만 그치치 않는 부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거액을 투자, 자신의 미적 감각을 충족하는 작품들로 채워진 미술관을 설립하는 인물들도 많다. 설립 취지를 묻는 질문엔 공통적으로 “인생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는 과거 천재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위안과 영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래 8개 미술관 8곳은 모두 이같은 배경에서 탄생했거나, 탄생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다. 모두 20세기 이후의 작품만을 취급하는 현대 미술관이다. 빌리어네어들의 비전이 담긴 미술관을 소개한다.


할리우드 간판 감독들의 미술관=영화 ‘스타워즈’, ‘인디애나존스’의 감독 조지 루카스(71)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LMNA)’는 2019년 개관한다.

역사상 영화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인물이 만드는 미술관인 만큼 ‘세계 최초의 영화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직접 수집한 예술작품과 그가 50여년간 몸 담아온 할리우드의 각종 영화 포스터와 자료들이 전시된다. 루카스가 이 계획을 밝혔을 때,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미술관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루카스의 이름값, 그리고 그의 영화 자산을 감안하면 흥행은 따논 당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승자는 시카고였다. 그의 현재 자산 51억 달러이다.

유명 영화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펜(73)의 ‘게펜 현대미술관(Geffen Contemporary)’도 로스앤젤레스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1979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유일하게 현대미술관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서부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인 MOCA가 생기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MOCA는 앤디 워홀, 몬드리안, 잭슨 폴락, 줄리안 슈나벨 등 1940년대 이후 미국을 기점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종합예술가들의 작품을 한곳 에 모아놓았다. 드림웍스 설립자이자 영화와 음반제작자로 활동하는 그의 자산은 69억달러로,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손꼽히는 부호로 알려져 있다.


명품회사 CEO들의 미술관=어머니가 일군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Estee Lauder)를 이어받은 로널드 로더(72). 개인자산 35억 달러의 사업가인 그는 미술품 콜렉션에도 열성적이다. 다만 그 대상이 특이하다. 그가 뉴욕에 세운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는 주로 20세기 초반 독일ㆍ오스트리아의 작품만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2006년 소더비 경매에 나오자마자 로널드 로더가 당시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달러에 낙찰하며 이곳에 안치됐다. 에곤 실레, 파울 클레, 에른스트 키르히너, 오토 딕스, 러시아 태생의 칸딘스키까지 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 4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대략적인 가치는 총 10억달러에 달한다.

뉴욕에 노이에 갤러리가 있다면 밀라노엔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 미술관이 있다.

명품브랜드 프라다(Prada)의 최고경영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이탈리아 출생의 미우치아 프라다(66)가 소유한 미술관이다. 자산은 27억달러로, 역시 할아버지가 창업한 가업을 대대로 이어받았다. 과거 공업단지였던 부지를 새롭게 개조해 최근 문을 연 이 현대미술관은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이 미술관이 영감의 원천으로 쓰이길 원한다고 밝혔다.


주식ㆍ부동산 부호의 미술관=‘물의 도시’인 이탈리아 베니스는 현대미술의 본고장으로도 불린다. 유명 현대미술관이 두 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와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다. 두 곳 모두 프랑스 부호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업가 프랑수아 피노(79)의 수중에 있다. 그의 자산은 120억달러에 달한다. 이 억만장자도 여느 거부들처럼 예술 사랑에 거금을 아끼지 않는다. 베니스 바닷가에 세워진 18세기 궁전을 개조해 만든 팔라초 그라시에 3700만달러 쏟아 부었다. 몬드리안, 제프 쿤즈, 파블로 피카소, 데미언 허스트 등의 현대작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이애미 아트 뮤지엄(Miami Art Museum)’에서 이름을 바꾼 ‘페레스 아트 뮤지엄(Perez Art Museum)’은 부동산 개발업자 조지 페레스(66)의 미술관이다. 그는 이름을 바꾸는 값으로만 3500만달러를 지불했다. 2013년 마이애미 도심 부근의 비스케인만 근처로 새롭게 단장한 이곳은 현재 1800여개 현대 미술품을 보유 중이다. 개관 4개월만에 15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박물관을 옮기기 전 한 해에 6만명이 찾아왔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 발전이다. 자산 34억달러의 조지 페레스는 마이애미 지역 콘도 개발업자이자 도시설계자이며, 플로리다의 부동산 회사인 릴레이티트 그룹(Related Group) 회장이다. 


중국ㆍ홍콩 출신 부호들의 ‘혁신’ 미술관=현대미술의 영향력은 서양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아시아 부호들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류이첸(53) 선라인(Sunline)그룹 회장은 개인 소유의 미술관 두 곳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혼합한 미술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아내와 함께 수집한 미술 소장품만 1900여점에 달한다. 류이첸은 서양의 걸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세계인들이 중국에서 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미술관을 직접 열었다. 2012년 문을 연 ‘롱 뮤지엄 푸동(Long Museum Pudong)’과 지난 해 개관한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Long Museum West Bund)’이다. 각각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와 베이징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의 자산은 33억 달러에 이른다. 홍콩 출신 애드리언 쳉(37)은 대대로 내려온 부동산ㆍ유통 부자가문의 3대손이다. 고급 보석 브랜드 주대복(周大福)과 백화점 및 호텔 등을 보유한 부동산 기업 뉴월드개발회사(NWD)를 이 가문이 쥐고 있다. 애드리언 쳉은 하버드 대학에서 동아시아 연구와 미술학을 전공하며 미술 공부 전통코스를 밟아왔다. NWD를 물려받아 운영해오다가, 2008년 홍콩과 상하이에 ‘K11 아트몰(K11 Art Mall)’ 브랜드를 설립한다. 중국 미술품 전시관과 쇼핑몰, 레저공간이 함께 들어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복합단지다.

2010년에 비영리 목적으로 K11 아트 재단을 하나 더 세웠다. 중국의 젊고 유망한 현대 예술작가들을 후원하는 단체다. 개인소장 미술품 전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관들과의 파리의 협업 또한 이어오고 있다. 아트리뷰 파워100인에 선정되는 등, 그 자신도 미술계에서 촉망 받는 젊은 아트 콜렉터로 주목 받고 있다. 2020년까지 뮤지엄 형태의 쇼핑몰 17곳을 세울 계획이다. 그의 현재 개인자산은 44억달러에 이른다.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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