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아수라장 된 회견장…옥시 피해자들 “5년 기다렸는데 면피용 사과”
뉴스종합| 2016-05-02 14:14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너희(옥시)는 살인자다”, “이건 사과가 아니고 언론 플레이다”.

2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기자회견장은 회견이 시작된 지 10분채 되지않아 아수라장이 됐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여론의 앞에선 옥시를 향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4~5명이 울분 섞인 목소리를 토해 내며 단상으로 향하면서다. 아타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피해자분들이 공정하고 조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피해보상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던 찰나였다.

기자회견은 잠시 중단됐고, 통역을 사이에 두고 피해자 가족과 사프달 대표 사이에서 울분섞인 항의와 ‘죄송하다’는 답변이 약 30분간 이어졌다.

“기자회견 하는 것도 뉴스보고 알았다. 이게 무슨 사과냐”. 단상에 함께 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사프달 대표를 향해 ‘진정성 없는’ 옥시의 행동에 분노를 터뜨렸다. 흥분은 간간이 욕설섞인 고성으로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 사실 조차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울먹이며 사프달 대표에게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자녀의 사진을 보이며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며 “이 순간을 5년이나 기다려 왔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 호소했고, 대표는 “개인적으로 한분 한분에게 사과드린다. 그래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해달라”고 답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자녀를 잃은 한 유가족은 “9살에 아이가 죽었는데 살려줄 수 있냐. 말 함부로 하시는거 아니다”며 “가족들이 얼마나 처절한지, 어떻게 살려낼거냐. 처음부터 사과를 했어야지 지금 장난하는거냐”며 울분을 쏟아냈다.

여론 뿐만이 아니라 피해자 마저도 외면해 왔던 옥시의 처사에 대한 분노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옥시에 전화를 백번 넘게 했는데 한번도 연락이 안됐다. 미팅을 요청해도 협의해 보겠다고 하고 묵묵부답이었다”고 피해자 가족들이 따지자 사프달 대표는 현장에서 연락처를 교환하겠다며 개인정보를 부탁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제와서 무슨 전화번호냐. (옥시에서) 전화받은 사람이 연락 준다고는 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연락이 없단 말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가족들은 또한 영국 본사 책임자가 아닌 한국 법인 대표가 자리에 선 것에 대해서도 “2~3년 있다가 가는 한국 사장과는 이야기 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하자 대표는 “여러분께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리기 전가지 한국 법인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 유가족과의 대화는 기자회견 후에 진행키로 했다.

이날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옥시 기자회견 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는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옥시의 사과를 거부했다.

사프달 대표가 섰던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유가족 연대 최승운 씨는 “지난 5년 간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대해 사과를 요구해 온 피해자들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 내놓은 ‘기자간담회’ 형식의 옥시 사과를 거부한다”며 “정말 미안하다면 피해자 한사람 한 사람을 찾아 ‘피해자의 실수가 아니다, 죄송하다, 명백한 우리 잘못이다’며 유족들이, 피해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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