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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서도 쓴, 절반의 승리”…이탈리아, 동성간 결합 최종 허용
뉴스종합| 2016-05-12 11:19
10년여의 논쟁 끝에 이탈리아에서 동성 간 결합이 허용됐다. 이로써 EU 국가에선 모두 동성 간 결합의 빗장이 풀리게됐다. 하지만 동성 커플의 입양권이 최종 법안에서 빠져 “달면서도 쓴 절반의 승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하원은 11일(현지시간) 동성 커플에게 합법적 권한을 보장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72표, 반대 51표, 기권 99표로 가결했다. 동성 간 결합은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법적인 이익(상속, 입양, 양육 등)을 혼인관계에 준해서 보장하는 제도다.

10년 가까이 가톨릭 등 종교계와 보수적인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입법이 좌절됐던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됨으로써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동성 간 결합을 허용하는 국가에 합류했다.

렌치 총리는 동성 결합에 반대하는 야당이 이 법안에 수정안을 내놓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임투표’라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탈리아에서는 하원 토의 과정에서 수정 조항이 제출된 법안은 다시 상원으로 넘겨져 추가 승인을 거쳐야 한다.

렌치 총리는 동성 결합 허용 법안을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와 연계한 것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와 관련해)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탈리아는 그 동안 서유럽에서 유일하게 동성 결합을 법적으로 불허해 인권에 관한 EU협약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날 의회에서 불신임을 받을 경우 총리에서 물러날 뻔한 렌치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은 매우 많은 사람들을 위해 축하할만한 날”이라며 “우리는 이탈리아 역사의 또 다른 중요한 페이지를 썼다. 수 년 간 무위에 그친 노력 끝에 얻은 이 법이 더 이상 늦춰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법안을 신임 투표와 연계한 렌치 정부의 전략은 야당과 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논란이 큰 법안에 대해 추가 토의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미켈레 펜니시 시칠리아 주교는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회견에서 “그들은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이 법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걸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은 일종의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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