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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9개 대기업 설문조사]국가대표기업 CEO 절반“우리회사 정체·후퇴 중”
뉴스종합| 2016-05-16 11:39
창간 43돌…39개 대기업 설문
60%가 “규제완화 가장 시급”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재무기획 담당 임원 두 명 중 한 명은 자기회사가 “정체하거나 후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이들은 또 주력사업이 약해지는 원인으로 저성장과 소비트랜드의 변화, 가격경쟁력 약화 등을 꼽았으며 이를 타개할 목적으로 주력사업과 연관된 신사업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각 대기업 핵심 임원 열 명 중 아홉 명은 신사업을 위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대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헤럴드경제신문이 16일 창간 43주년을 맞아 국내 39개 대기업의 핵심 임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관련기사 4·5면


설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회사 21곳, 금융회사 11곳, 건설ㆍ유통회사 7곳 등 39개 회사의 CEO 또는 재무ㆍ기획담당 임원이 참여했다.

자기회사의 성장단계를 묻는 질문에 43.6%(17명)가 ‘정체, 후퇴하고 있다’고 답해 ‘안정적인 성장세’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 41.0%(16명)를 웃돌았다.

다만, 자사의 주력사업이 향후 얼마동안 주요 수익원으로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64.1%가 앞으로 5년 이상 문제 없을 것이라고 답해, 지금의 경영난을 ‘벼랑 끝’으로 인식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5년 이상~10년 이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3%(13명)에 달했고 , ‘10년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0.7%(12명)나 됐다. 이어 ‘3년 이상~5년 이내’ 15.4%(6명), 2년 이상~3년 이내 12.8%(5명) 순으로 많았다. 주력사업이 위태로워지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저성장과 소비트랜드의 변화’(37.5%), 신흥국 기업의 빠른 성장ㆍ인건비 상승과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각 22.5%),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 제품고도화 미흡(15.0%) 순으로 꼽았다. 핵심 원천기술 확보의 미흡을 꼽은 이는 단 1명(2.6%)에 그쳐,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외로 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

주력사업 약화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전체의 65.0%가 ‘기존 주력사업과 연관된 신사업 추진’이라고 답했고, 30.0%는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특히 ‘신사업과 관련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3.8%가 ‘있다’고 말했고, 38.5%는 ‘검토해 보겠다’고 해, 새로운 사업 기회 찾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를 반영했다.


신사업을 통해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을 묻는 질문에는 33.3%가 동남아를, 25.9%가 중국을 꼽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기업이 열곳 중 여섯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11.1%), 유럽(7.4%), 중동(3.7%), 일본(1.9%) 시장을 지목했다.

회사성장에 있어 가장 큰 경쟁 상대가 누구냐는 설문에는 41.5%가 국내 기업이라고 했고, 중국기업(34.1%), 미국기업ㆍ유럽기업(각 7.3%), 일본기업(2.4%) 순으로 답했다.

한편 대기업 CEO와 재무기획 담당 임원들은 지속성장을 위해 지금 당장 정부가 추진해야 할 시급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59.3%가 ‘규제완화’를 꼽았다. 정부가 2014년 말 이후 1년 5개월이 넘도록 ‘규제 기요틴(단두대)제도’ 도입을 부르짖었지만 관련 입법이 지연되면서 아무런 성과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연구개발(R&D) 지원(20.3%), 자금지원(13.6%)을 꼽은 임원들도 적지 않았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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