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는 물론 폭행ㆍ성추행도 급증세
-전문가 “지역 커뮤니티 활용 방안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내가 출소하면 변호사를 선임할게. 네 형량을 낮춰주고 다른 일도 봐줄게.”
2014년 1월, A 씨는 구치소 동기 B 씨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B 씨는 A 씨의 말에 속아 총 네차례에 걸쳐 9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돈을 건네받은 A 씨는 깜깜무소식이었다. A 씨는 사기죄로 10년을 복역한 ‘전문 사기범’. 조사결과 A 씨는 처음부터 B 씨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부산지법(김정일 판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교화의 공간’이어야 할 교도소가 ‘재범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 사이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교정시설(교도소ㆍ구치소) 내 재소자들이 일으킨 범죄는 해마다 증가세다.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의원에 제출한 ‘전국 교정시설 내 수용자 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52개 교정시설에서 범죄를 일으킨 재소자 수는 2012년 656명에서 2013년 728명, 2014년 76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중 비일비재한 것은 재소자 간 폭행 사건이다.
광주교도소 5인용 병실에 수감 중이던 70대 남성은 지난해 8월 같은 병실의 재소자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폭행당한 남성은 교비 횡령으로 복역 중이던 서남대학교 설립자 이홍하(76) 씨였다. 이 씨는 언쟁을 벌이던 재소자들을 말리다가 얻어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갈비뼈와 턱뼈 등이 부러진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로 인해 구속집행이 정지돼 110여일 간 치료를 받고 다시 수감됐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교정시설 내에서 상해ㆍ폭력 범죄를 저지른 재소자 비율은 57%에서 65% 수준으로 범죄를 일으킨 전체 재소자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교도소 내에서 같은 전과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길가던 여성을 추행해 징역을 살던 최모(69) 씨는 남성 재소자들을 성추행해 또다시 옥살이를 한 사례다. 2014년 12월 최 씨는 구치소 같은 방에 수감 중이던 오모(23) 씨의 곁으로 다가가 신체 곳곳을 더듬었다. 최 씨는 당시 교도소 내 공장 작업반장이었다. 오 씨는 작업반장인 최 씨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저항하지 못했다. 그러자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최 씨는 열흘 간 오 씨를 다섯차례 추행했고, 같은 방식으로 다른 재소자 단 씨도 추행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김희진 판사)은 “성범죄로 수감된 상태에서 재소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또 저지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며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내렸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전문가는 현 상황을 “교도기능이 와해된 상태”라고 본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교도소는 본래 감금뿐만 아닌 개선 교화를 위한 공간”이라며 “재소자를 교화할 프로그램 없이 가두는 것으로만 일관한다면 교도소가 오히려 새로운 범죄를 일으키고 학습하는 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방안으로는 ‘범죄자 교화 프로그램 개발’과 ‘교도관의 권한 강화’가 모두 꼽힌다. 일명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는 재소자를 교화하는 일환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이용해 사회와 접촉시키기도 한다”며 “재소자가 범죄로 다시 빠져들지 않게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교도소 내 교도관의 권위를 세우고 규율을 엄하게 해 재소자 간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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