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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나고 난뒤… ③]“티켓 한장 10만원에 팔아요”…‘학생 암표상’ 판친 대학축제
뉴스종합| 2016-05-29 10:01
[헤럴드경제=신동윤ㆍ구민정 기자]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5) 씨는 학교 축제가 열리는 5월 중순이면 소소한 용돈을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21일 열린 교내 축제 행사 ‘아카라카’ 티켓도 1만1000원에 구매한 2장을 커뮤니티를 통해 각 장당 8만원에 팔았다. 김 씨는 “5월 축제 시즌만 되면 타학교 학생들은 물론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등 공연에 오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행사 티켓에 웃돈을 받고 파는 것이 공공연하다”며 “공연이 임박해오면서 교내 학생 커뮤니티나 중고나라 등을 통해 VIP 티켓은 한 장에 8~10만원까지 암표 거래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축제가 상아탑으로서 젊은이들의 낭만과 젊음을 발산하는 자리라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인기 아이돌 초청가수들이 주인공으로 자리잡았고, 이들을 모셔오기 위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들마저 축제 티켓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암표상’ 노릇까지 하면서 대학 축제가 돈에 물들어가는 속도는 보다 빨라지는 모양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나 각 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축제 티켓을 웃돈을 받고 판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세대 재학생 커뮤니티 ‘세연넷’의 모습. [출처=각 사이트 캡처]

29일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및 대학 학생 커뮤니티에는 지난 21일과 27일에 각각 개최된 연세대와 고려대 축제 티켓을 웃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장당 1만1000원에 판매된 연세대 ‘아카라카’ 티켓에 대해 재학생 커뮤니티인 ‘세연넷’에서는 3만~6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로 도배가 돼 있었고, 유명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는 최대 10만원까지 받고 판매한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려대 ‘입실렌티’의 경우에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암표 거래와 관련된 게시글을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와 중고나라 등에서 정가 9000원인 티켓은 1만5000~2만5000원을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나 각 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축제 티켓을 웃돈을 받고 판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올라온 암표 거래 게시글. [출처=각 사이트 캡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나 각 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축제 티켓을 웃돈을 받고 판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올라온 암표 거래 게시글. [출처=각 사이트 캡처]

연세대 재학생 박모(22ㆍ여) 씨는 “원래 공연을 보러 가려 했던 학생들도 암표 거래 시 웃돈이 어마어마하게 붙는 다는 사실을 알고는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행사 당일 교내에서 이른마 ‘현찰박치기’로 여고생 아이돌 팬 등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세대 아카라카에는 엑소(EXO)를 비롯해 싸이(PSY) 등 인기 가수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1장당 20만원까지 가격이 뛰어 오르기도 했다.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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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축제 ‘입실렌티’를 주최하는 고려대 응원단은 2016년도 입실렌티 입장권에 대한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놨다. [출처=고려대 응원단]

각 대학에서 축제를 기획하는 주최측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총학생회와 응원단이 나서 암표의 형식으로 거래되는 티켓에 대한 제제안을 내놓았다.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암표 거래 상황을 총학생회와 응원단이 파악해 해당 판매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암표로 거래된 티켓을 가지고 입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세대의 경우 총학생회와 응원단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었다.

한편, 연예인 초청 행사가 대학 축제의 ‘꽃’으로 자리잡았고, 재학생들의 참여 기회는 갈 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수년 전 학생회에서 활동했다는 A(31) 씨는 “축제가 연예인 행사로 전락한 것을 우려한 학생회가 연예인 초청은 최소화하고 학생 공연의 비율을 대폭 높인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참여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다음해엔 연예인 초청 비율을 크게 늘린 뼈 아픈 경험이 있다”고 회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회들이 대학축제를 돈을 버는 사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을 하듯이 ‘어느 대학이 어떤 가수를 불러 사람을 얼마나 불러모았다’는 식으로 능력을 보여주려 경쟁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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