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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 ‘똑같은’ 사고 ‘똑같은’ 대책마련
뉴스종합| 2016-05-30 09:30
-보고 체계ㆍ안전 절차 모두 무시…또 인재

-9월 강남역 사고 이후 마련한 대책 ‘무용지물’

-최근 4년 사이 세번째…소잃고 외양간 못고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29일 서울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직원의 사망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다. 몇년 사이 연이어 직원의 안전문 작업 도중 사망사고가 일어났지만 서울메트로의 사후관리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 또한 이미 도입됐거나 추진되던 절차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안전문 이상은 28일 오후 4시58분께 구의역으로 들어오던 열차 기관사가 발견, 관제사령에 보고했다. 열차가 멈추지 않았는데도 문이 열리고 닫히길 반복한다는 내용이었다. 통보를 받고 확인에 나선 용역 직원 김모(19) 씨는 오후 5시 50분 구의역에 도착해 작업 도중 5시 57분에 변을 당했다.

이에 정작 구의역 측은 안전문 고장에서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해당 과정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용역직원 김 씨는 써야하는 작업일지를 쓰지 않았다”라며 해명했지만 역에서 근무하던 3명 직원이 모두 1시간 이상 해당 안전문을 파악하지 못한 점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용역 직원의 보고에만 의존하는 체계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서울메트로 2호선에선 안전문을 점검하다 직원이 사망한 사고만 최근 4년사이 세 번째다. 2013년 1월엔 성수역의 안전문 센서를 점검하던 업체 직원이 열차에 끼여 숨졌다. 지난해 8월엔 강남역에서 안전문을 정비하던 업체 직원이 같은 이유로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강남역 사고 이후 서울 메트로는 ▷2인1조 점검 ▷출동 시 출동 사실을 역무실 등에 알림 ▷역 도착 후 역무실과 전자운영실에 통보 ▷작업 전ㆍ후 역무실과 전자운영실에 신고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김 씨는 여전히 열차에서 홀로 작업을 했고, 전자운영실에 점검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

역무원 직원들은 김 씨가 사고 당일 오후 50분 구의역에 도착해 2분 후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홀로 열쇠를 가져가는 동안 아무도 ‘나홀로 작업’을 막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김씨가 (역무실에) 혼자 와서 ‘두 명이 왔다’고 이야기했다”면서도 “거짓말인지는 좀 더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지난해 11월 세운 대책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번 구의역 사고 대책으로 ▷8월부터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가 안전문 유지ㆍ보수 ▷안전문 장애물 검지센서를 기존 적외선에서 고성능 레이저 스캐너로 교체 ▷안전문 작업 절차 준수 특별대책 마련 등을 시행한다. 하지만 모두 이전 대책과 ‘판박이’가 아니냐는 지적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자회사 전환 방침에 대해선 서울 메트로가 강남역 사고 이후 이번달 23일 이사회에서 내용을 심의ㆍ의결해 서울시에 보고까지 한 상태다. 레이저 스캐너 또한 전체 121개역 중에서 16개역이 교체된 상태로 남은 역에 교체 속도를 올리겠다는 입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작업절차 준수 관련 특별 대책은 근본적 처방이 없으면 미사여구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승강장 안전문 특별안전대책’의 절차를 만들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문 유지ㆍ보수를 담당할 자회사 설립은 기존 용역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바로 진행하기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사장이 24일 물러나 사장자리가 비게 되는 점도 부담이다.

김 씨가 소속된 용역업체 노조는 “지난달 자회사 계획을 문의했지만 아직 연구용역 중이라 확실하지 않다고 해놓곤 갑작스레 자회사 방침을 확정했다”라며 “안전문 안전을 위해선 대형광고판을 없애고 행선 안내 게시기 점검을 철저히 하는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메트로 측은 “연구용역을 통해 신중히 검토하느라 최종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라며 “자회사 설립을 해도 용역업체 직원의 고용은 승계될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서울메트로가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이들을 향한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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