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난치성 고혈압 환자를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시술로 치료 성공한 증례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보톡스는 주로 미용성형에 쓰이지만 세계적으로 60% 이상 질병치료에 활용되며 소아 뇌성마비, 사시, 요실금, 근육강직증, 편두통 등 치료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고혈압의 치료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휴정ㆍ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팀이 4가지 이상의 약과 신장신경차단술로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치료중인 오 모씨(20)를 보톡스 이용 복강신경총 블록(신경차단술)으로 시술한 결과, 최근까지 수축기혈압 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 이하로 혈압이 조절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축기/이완기가 정상 혈압은 120/80mmHg 이하,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는 약 900만 명으로 4종류 이상의 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상화되지 않는 상태는 난치성 고혈압으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5% 가량 된다.
복강신경총은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모인 신경집합체로 흉추 12번과 요추 1번 앞쪽 복부에 위치하며 대부분의 상복부 내장혈관을 조절한다. 주로 상부 위장관계, 췌장, 간, 담낭 등 복강 내 장기의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통증의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이 부분의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을 한다.
복강신경총 블록은 희석된 국소마취제로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로 약제주입 후 일시적으로 혈압이 저하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쥐에서 복강신경총을 절단해 혈압을 조절한 동물 연구 보고가 해외에서 발표된 바 있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고식적인 고혈압 약물에 불응성 환자에게 복강신경총 블록을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적용했다.
환자 오 씨는 14세인 2010년부터 지역병원에서 고혈압약을 복용했으나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16세인 2012년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를 내원했다. 4가지 이상의 약제를 처방 받아 복용했지만 수축기혈압이 최소 170~180mmHg, 심할 경우 200 mmHg이상으로 여전히 조절되지 않았다. 검사결과 이차성 고혈압을 일으킬 만한 원인 질환이 없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 환자였다.
2013년 난치성 고혈압을 치료하는 새로운 최소침습시술인 신장신경차단술을 받았다. 혈압을 올리는 대표적인 신경인 교감신경을 차단, 교감신경 자극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시술이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는 “고혈압은 대부분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며 “약물치료와 함께 담배 끊기, 음주 자제,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정 체중ㆍ허리둘레 유지, 긍정적인 마음가짐, 정기적으로 혈압측정과 같은 좋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하지만 “세 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불응성 고혈압 질환 환자는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에 비해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증센터장 박휴정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보톡스를 이용한 복강신경총 블록이 불응성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보톡스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 혹은 시술 효과를 유지시키는지 정확한 기전에 대한 연구와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Toxins 2월호에 게재됐다.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