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헤럴드경제-현대경제연구원 월례좌담회] “고용·주거·교육 3박자 맞아야 5년내 출산율 1.5명 달성”
뉴스종합| 2016-06-02 11:23
출산율 2.1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 제 3차 저출산 대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에 불과했다. 합계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뜻하며, 한국이 기록한 수치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사회로 진입했고, 2001년에는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라 지칭되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 제대로된 저출산 대책을 확립하지 못한채 시간만 끌었고, 2005년 합계출산율 1.08이란 쇼크까지 겪었다.

지난 10년간 실시된 제 1ㆍ2차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력하며 합계출산율을 다소 끌어올렸다. 하지만 인구를 확대재생산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수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지적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5년간 실시되는 제 3차 저출산 대책에는 결혼ㆍ출산을 넘어 고용ㆍ주거ㆍ교육 등 범 부처적인 제도 정비를 통해해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합계출산율 2.1 시대를 열겠다고 구체화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두 번째 행사가 지난 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2차 세미나에는 저출산 대책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방문규 차관을 비롯해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김태헌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통계진흥원 인구사회연구센터 센터장)가 참석했다. 



이들은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 계획(이하 제 3차 저출산 대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를 주제로 지난해 12월 발표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실시될 제 3차 저출산 대책이 기존 정책과 다른점에 대해 평가하고, 저출산 대책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제 3차 저출산 대책이 기존 1ㆍ2차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방문규 차관=이번 제 3차 저출산 대책의 모토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사회’다. 정상적으로 성장한 아이가 미래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며, 그 출발점은 올바른 가족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해당 모토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방법은 바로 ‘가족문화 개선, 나부터 다함께(가나다)’ 운동이다. 기존 1ㆍ2차 대책이 기혼 여성의 출산력 제고에만 초점을 맞춘 측면이 강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제 3차 대책에서는 유교적 문화로부터 시작된 종속적인 가족관계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아야 저출한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태헌 교수=제3차 대책이 지난 1,2차 대책과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차이점은 바로 2020년까지 달성해야할 합계출산율 목표를 1.5명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출산ㆍ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1차)’, ‘점진적 출산율 회복(2차)’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제시한 데 비하면 큰 변화다. 또, 출산과 양육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는 달리 출산시기(시간 효과, Tempo Effect)를 결정하는 결혼을 주요 대상에 포함해 조기 결혼 및 출산을 장려하는 환경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 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김상호 원장=향후 저출산 관련 정책을 입안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때 인구 영향을 사전에 평가할 수 있도록 ‘인구영향평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의미있는 영향 평가를 위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인구정책 관련 연구소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 노력 중이다.

-강 원장=저출산 대책을 위한 ‘일 가정 양립’ 제도가 자칫 기업의 희생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방 차관=단기적으로 상시 고용인구 500명 이상 중 여성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에 의무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토록 하는 등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정부의 각종 방안이 기업들에게 비용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기업 존속에 필요한 생산가능인구 보존이란 측면에서 저출산 대책은 필수 조건이다. 현재 3700만명 수준인 경제활동인구(15~64세)는 2050년이면 25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체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 생산품을 소비해 줄 시장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저출산 대책인 것이다.

▶김 원장=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마련된 각종 제도가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의 경우 고용인 안정된 공공기관 등에서만 원활히 사용할 수 있을 뿐 중소기업 등에서는 실제로 사용하는 직원들의 수가 많지 않다. 이런 제도가 원활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육아휴직 대체인력 확충이나 공동직장어린이집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및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기존에 실시 중인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강 원장=개인들의 사생활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전근대적인 기업 문화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 교수=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가족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가족보다 직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강압적인 회식문화나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로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김 원장=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의 경험을 볼 때, 가족정책이 출산장려에만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근무와 성평등, 사회 평등을 강조하는 것에 목표를 두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일 가정 양립 정책은 단순한 노동시간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지원과 보육을 포함한 정책으로 재편성돼야 한다.

-강 원장=저출산 문제 극복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선진국의 제도 중 한국 사회가 받아들일만한 것은 어떤것이 있는가?

▶김 교수=스웨덴의 ‘스피드프리미엄(speed premium)’ 제도가 대표적이다. 둘째 출산 간격을 줄이기 위해 첫 아이 출산 후 30개월 이내에 아이를 또 낳으면 아기를 출산했을 때 받은 만큼의 육아휴직 급여가 그대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국내에 도입할 때는 둘째 출산뿐만 아니라 결혼 후 일정 기간 이내에 첫째를 출산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변경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은 물론 노산으로 인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 원장=조부모가 12세 미만의 아동을 매주 20시간 이상 돌보는 경우 의료보험을 지원하는 영국의 ‘조부모 양육제도’도 한국 실정에 잘 부합하는 정책이다. 실제로 한국의 조부모들은 생활전선에 나서는 부모들을 대신해 어린 손주들 양육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장기간에 걸쳐 공고하게 정비된 사회복지제도(가족정책), 무상에 가까운 공교육 제도, 전통적 가족주의와 더불어 비전통적 가족제도를 제도권으로 포용하는 데 성공하며 출산율 반등을 이끌어낸 프랑스의 사례도 주목해볼 만하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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