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혼돈의 브렉시트 ①]충격ㆍ공포에 빠진 英…‘브리튼 퍼스트’는? 브렉시트 투표 연기되나?
뉴스종합| 2016-06-17 09:53
[헤럴드경제=김성훈ㆍ신수정 기자]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해 오던 여성 하원의원이 백주대낮에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져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브렉시트 국민투표(23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어진 일이여서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오후 1시 무렵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41) 하원의원이 런던에서 북쪽으로 320㎞가량 떨어진 요크셔 버스톨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콕스 의원은 지난해 당선된 1년차 초선 의원으로, 이민자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해 왔다.

[사진=게티이미지]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는 무엇?…갖가지 추측 제기=현지 언론이 목격자들의 말을 전한 바에 빠르면, 살해 용의자인 토미 메어(52)는 콕스 의원에게 2~3발의 총격을 가하고 흉기까지 휘둘렀다. 그는 이 과정에서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라고 세 차례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곧바로 용의자를 체포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용의자가 현장에서 외친 말을 놓고 범행 동기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브리튼 퍼스트’는 한국말로 치면 ‘영국이 우선이다’라는 뜻으로 영국의 주권과 이익을 강조한 말처럼 들린다. 이는 브렉시트 찬성파들이 줄곧 해왔던 주장이다. 이민 반대를 주장하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세운 슬로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와도 상통한다.

또 다른 해석은 영국 극우 정당 ‘브리튼 퍼스트’의 이름을 외친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1년 창당해 급격히 세를 불린 브리튼 퍼스트는 이민 반대와 EU 탈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브리튼 퍼스트의 당수 폴 골딩은 “용의자가 ‘브리튼 퍼스트’라고 소리를 질렀다면 ‘영국이 우선’이라는 슬로건이지 우리 정당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며 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브리튼 퍼스트’는 정당 홈페이지를 통해 “대규모 이민을 반대한다. 영국은 꽉 찼다”고 밝히고 있다. ‘브리튼 퍼스트’의 페이스북에는 140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는데, 이는 영국의 다른 어떤 정당들보다 많은 수치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 정당 소속 120여명은 지난 1월 콕스 의원의 지역구 배틀리와 스펜 인근 듀스베리에서 십자가와 영국국기를 흔들며 행진한 적도 있다. 당시 콕스 의원은 트위터에 “듀스베리와 배틀리 주민들은 침착하게 극우주의자들의 인종차별주의와 파시즘을 제압했다. 자랑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또 메이어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펴내는 극우 잡지 ‘S.A.패트리어트(Patriot)’를 구독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다문화사회를 반대하고, EU 탈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2006년 뉴스레터를 통해 메이어가 발간 초기부터 독자였다고 소개했다.

전환점 맞는 브렉시트…투표 연기 전망도=그가 외친 말이 어떤 의미였건 간에 브렉시트 반대 의원이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듯한 구호를 외친 남성에게 살해당했다는 점에서, 코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꿎은 목숨을 잃은 의원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우선이지만 이번 사건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 예측도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EU 잔류파의 표심을 결집시켜 투표장에 더 많은 수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EU 잔류 쪽으로 돌아서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발표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의견이 대체로 높게 나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입소스 모리가 11~13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53%로 반대 의견을 6% 포인트나 앞섰다.

또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사건 직후 브렉시트 반대를 호소하기 위한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선거운동을 연기하고, 숨진 의원의 가족을 위로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브렉시트 반대 공식 캠프도 모든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내 갈등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당장은 추모에 한 뜻을 모으겠지만, 브렉시트 찬반 세력의 대립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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