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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산두고(Sandugo) 축제
라이프| 2016-06-21 11:23
필리핀 보홀과 세부는 16세기 크리스트 복음이 처음 이 나라에 상륙한 곳이다. 스페인 선단에 의해 서양 문화가 전해진 관문이다. 매년 7월13~27일 보홀주 탁빌라란시에서는 ‘산두고(Sandugo) 축제’가 열린다. ‘산두고’는 필리핀 말로 ‘피(血)’를 뜻한다.

1565년 보홀 추장 다투 시카투나와 스페인 사절단 대표 미겔 레가스피가 맺은 우정조약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이다. 두 대표단은 다툼으로 인한 양측 피해를 최소화하고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뜻으로 서로의 피를 잔에 담아 마셨는데, 이를 기념하는 축제이다.

남녀노소 주민, 스페인 사절단, 외국인 관광객 등이 참여하는 스트리트 댄싱, 화려한 의상을 입은 공연단의 강렬한 북 연주 행렬, 미인대회, 불꽃놀이, 체육대회 등이 이어지는 필리핀 최대 축제 중 하나이다.



‘피의 다짐’이 있은 지 6년뒤 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다. 그러나 스페인이 악랄하지 않았기에, 필리핀 사람들은 450년간 우정 축제를 이어갔다.

한국사에도 외국과의 우정 교류가 꽤 있다. 6세기 인도 왕실 사절단이 선물을 가득 싣고 울산시 동구 마골산 인근으로 입항했고, 우리는 감사 표시로 인도 동쪽 절이라는 뜻의 동축사를 세웠다.

9세기엔 장보고의 거점 완도 청해진과 ‘신라방’이 있던 중국 장쑤성이 한 식구 처럼 교류했고, 비슷한 시기 페르시아 처용 일행이 울산 황성동으로 들어와 신라에 귀화한다.

17세기 네덜란드 하멜 상단이 좌초돼 제주에 불시착한 뒤, 제주 주민들의 동정 속에 13년간 옥고만 치르다 탈출했다. 처용과 하멜에 대해 각각 문화제, 추모제를 열지만 지자체의 작은 행사에 그친다. 국경을 초월한 우정의 흔적을 큰 축제로 만드는 일은 감성지수 높은 관광자원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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