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기업들이 영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법인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현재 20%인 법인세가 15% 이하로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법인세를 15%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아일랜드(12.5%)에 근접한 것이다. 이같은 급격한 법인세 감면은 다른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을 분노하게 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오스본 장관은 2020년까지 법인세를 17%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스본 장관은 이번에 법인세 인하 관련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부 이메일을 통해 “영국이 법인세를 인하한다면 영국은 조세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하 외에도 중국으로부터 투자 유치, 은행 대출을 위한 지원, 영국의 국가 재정 신인도 유지 등을 브렉시트 후속대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양자 무역협정을 추구할 것이라며, 올해 중국 방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오스본 장관은 지난주 2020년 재정 흑자를 이룬다는 목표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목표는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이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본 장관은 국민투표 전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300억파운드(약 45조8376억원) 규모로 세금을 늘리거나, 재정지출을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스본 장관은 차기 총리 후보 선출과 관련 “현재 누구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본 장관은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보수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열린 한 비지느시 콘퍼런스에서 영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리세션(경기후퇴)이라는 두가지 난제에 맞닥뜨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당연직 정책위원인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11% 하락한 것을 인플레 우려의 근거로 삼았고, 불확실성이 투자 불안으로 이어져 성장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점을 리세션의 이유로 짚었다.
빌루아 드 갈로 총재는 두 모순적 난제에 대처할 경제ㆍ통화정책의 선택을 영국정부의 어려운 과제로 지적하고 “이러한 딜레마는 언제나 통화ㆍ경제정책의 고려를 매우 복잡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