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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신드롬] 허 찔린 게임종주국
뉴스종합| 2016-07-14 10:10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지존으로 군림했던 한국 게임이 허를 찔렸다.

내리막길을 걷던 닌텐도가 내놓은 모바일 기반의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Pokemon GO)’의 광풍 앞에 종주국의 자리에서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AR기술은 우리나라가 몇년 전 먼저 개발한 기술이다. 하지만 상업화 단계에서 선수를 빼앗겼다. 



14일 게임업계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산업 기술지원 사업 과제 중 하나로 모바일 AR 개발을 선정했다. 당시 주관 기관이던 KIST는 ‘모바일 혼합현실 기반 체험 투어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09년 4월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민관과 더불어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는 모바일 AR 등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관광지 등에서 실감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부 예산 등으로만 약 120억원의 돈이 들어갔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이지만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한 AR 기술이 주목받으며 전세계적으로 연구가 시작되던 때다.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사물을 인식해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은 ‘포켓몬 고’의 핵심기술이다. 이를 응용해 상업화했다면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이 국내에서도 먼저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2013년 과제가 종료된 직후 이 기술은 관광지와 박물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도 선례가 있다. 지난 2011년 KT는 ‘올레 캐치캐치’라는 게임 형태 마케팅을 선보인 바 있다. AR 기술을 활용해 몬스터를 잡으면 이용자에게 캐시가 쌓이는 방식이다. ‘포켓몬 고’와 유사하지만 흥행하지 못해 이내 접었다. 게임형태는 아니지만 스마트폰과 AR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포켓몬 고’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게임업계는 속수무책이다. AR이나 가상현실(VR)등 기술을 적용해 게임을 개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포켓몬 고’에 대응할만한 게임을 바로 내놓은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한국게임업체들이 모바일시장에 늦게 대응해 경쟁력이 약해진데 이어 VRㆍAR게임에서도 주도권을 선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시장지배력을 가진 온라인게임에서도 안방을 내준 와중에 변화 속도가 빠른 게임산업에서 경쟁에 가세하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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