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진짜 전국정당 만들 것”
적진에서 23년을 홀로 부대끼며 아군을 만든 ‘우공(愚公)’에게서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영남당’으로 불리던 새누리당에 ‘호남’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선물,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만들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그래서 이정현<사진> 의원은 “박근혜 정권에 진력을 다해 헌신하겠지만, 세력을 만들지는 않겠다”고 단언했다. 또 “대권주자를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위험에 빠뜨리는 ‘곡예정치’는 안 된다”며 일부 비박(非박근혜)계 당권주자를 향해 일침을 놓기도 했다.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와 대선에 대해서는 “당의 의도적 호남 포기전략을 폐기하겠다”며 “보수의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호남 의원이 보수여당의 당 대표가 된다는 것은 정치사의 큰 사건이다. 보수의 외연 확장이 가능할까?
▶새누리당은 전국정당을 외쳐왔지만 사실 영남정당이었다. 집권 여당은 국토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의도적 호남 포기전략’을 완전 폐기해야 한다. 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23년을 호남에서 부대끼며 당선된 이정현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는 지난 50여간 깨지지 않던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기회도 될 것이다. 내가 당 대표가 되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쇄신이자, 새누리당의 가능성을 여는 길’이라고 감히 말씀드리는 이유다.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계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승리하려면 친박계의 조직표가 중요하지 않나.
▶나는 어떤 사람이나 세력을 위해서 정치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보낸 33년 동안 많은 세력의 흥망성쇠를 봤다. 지금 주류라고 불리는 세력도 언제 소멸하거나 위치가 바뀔지 모르는데, 그것만 바라보는 정치는 하수의 정치다. 계파나 파벌은 반드시 ‘보상’을 전제로 움직인다. ‘자리’나 ‘공천’ 같은 대가를 위해 적을 만들어 싸우는 것 자체가 구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기에 그에 대해서는 진력을 다해 헌신할 것이다.
-그렇다면 친박 핵심의원들의 만찬이나, 비박계의 단일화 논의는 어떻게 보나.
▶양측 모두 당 대표 경선을 의식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특히 당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줄을 세우는 일부 후보의 행태가 있는데, 대단히 위험하다. 자기 자신의 정치적 미래뿐 아니라, 대권주자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곡예정치’다. 당의 화합을 이끌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나서서는 안 될 사람들이 이쪽, 저쪽 편을 드는 모습에 국민은 혀를 찰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다면.
▶대권은 아니다. 당 대표가 돼 새누리당과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내 최고, 최대 목표다. 내가 닦아놓은 고속도로를 호남 출신 여당 대선후보가 지나갈 수는 있겠지. 그러나 분명히 그 주체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나의 그릇을 잘 알고 있다. 그저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는데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이형석ㆍ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