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이전투구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미국 대선은 이렇게 ‘노장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빛을 냈다. 민주당 전당대회장은 순식간에 ‘힐러리’를 외치는 소리로 가득찼다. 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 이 순간만큼은 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미국 여성에게 공고했던 유리천장을 또 하나 깨부순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정치에 꿈을 품었던 힐러리는 재수 끝에 미국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고지를 점령했다.
이로써 100여일 뒤 치러질 미국 대선은 힐러리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간의 대결로 본격 돌입하게 됐다. 힐러리는 핵심 주류 정치인이자 여성이라는 점에서, 아웃사이더이자 마초로 평가받는 트럼프와는 대비된다. 둘은 무역ㆍ총기ㆍ경제ㆍ외교 등 제반 분야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 향후 미국 사회의 향방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힐러리가 마지막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데는 만만찮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힐러리는 이메일 스캔들과 고액 강연료 논란 등으로 부정직하며, 기득권적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다. 이에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도는 그의 24년 정치인생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이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의 비호감도는 57%로, 호감도(38%)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59%로 힐러리보다 높았지만,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CNBC가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경제분석가 등 43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힐러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본 응답자는 52%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에서 80%였던 것과 비교하면 28%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15%에서 26%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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