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피부과 의사로 도쿄 부촌에서 고가 맨션에 살고 있는 39세 타치바나 미야비는 스스로 ‘결혼을 할 수 있지만 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어지간한 남자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싱글라이프가 즐겁다. 그가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다.
#2. [결혼하지 않는 남자]
통신업계에서 비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39세의 유타는 최근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전기세도 따로 내고 집세도 정확히 2분의 1로 나눈다. 데이트 비용도 마찬가지다. 스킨쉽을 즐기지만 유타와 여자친구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유타가 ‘부담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日 TBS드라마 '저 결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겁니다' [사진=일본 TBS방송] |
두 사례는 ‘결혼을 하지 않는’ 전형적인 일본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일본의 인기드라마 ‘저 결혼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합겁니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은 괜찮은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남성은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선뜻 결혼에 나서지 못한다. 문제는 미혼이 ‘당연한 것’이 된 일본의 현실을 한국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에서 30~44세 미혼남녀 839명(남성 446명, 여성 393명)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남성의 경우 ‘소득이 낮아서’(10.9%),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8.3%) 등 경제적 이유로 분류되는 항목들에 대한 응답이 41.4%를 차지했다. 가장이 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선뜻 결혼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남성이 꼽는 ‘결혼하지 않는 이유’와 동일하다. 35~39세 남성 중 생계가 불안전한 파견직이나 계약사원은 미혼율이 67.2%로, 정규직 남성(25.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파견ㆍ계약직 사원 미혼 남성들은 자신들이 결혼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 꼽은 바 있다.
한국 미혼 여성의 경우,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32.5%)에 이어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1.0%),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해지고 싶어서’(9.2%), ‘결혼 생활과 직장일 동시 수행 곤란, 결혼 생활로 본인의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까 봐’(7.7%) 등의 이유가 꼽혔다.
일본 TBS방송의 드라마 ‘저 결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겁니다’는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못하는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성공한 여성의 표본인 타치바나는 맞선남에게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거냐”라며 “마흔이 코앞인데다 그만큼 높은 키리어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 지위도 높다. 게다가 미인이라 대부분의 남자는 몸을 사린다”라는 말을 듣는다.
게다가 타치바나가 찾은 결혼정보회사에서 “남자는 무조건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 나이가 너무 많아 결혼하지 어렵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의 김성준(39) 씨는 석사학위 논문 ‘왜 결혼이 늦어지는가’에서 석ㆍ박사 출신 여성은 대졸 여성보다 결혼할 확률이 절반 수준으로 크게 낮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여성들 다수는 ‘가난’을 이유로 결혼을 하지 못한다. 일본문제연구소가 20~64세 독신여성들의 상대적 빈곤율을 조사한 결과, 32%가 상대적 빈곤층에 해당했다. 이들은 직장을 갖는다고 해도 대부분 성희롱이나 부당대우에 시달려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후생노동성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44세 직장인 여성 28.7%가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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