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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가공 ‘침전조각기법’…천연대리석 ‘예술’이 되다
뉴스종합| 2016-08-03 11:26
히스핸드, 세계최초 공법개발
불경 새기기·트레이 등 수요급증



[헤럴드경제]지난 2014년 서울 제기동의 법화정사가 ‘법화경(法華經)’7만자를 본관 외벽에 새겨 국내외 화제를 모았다. 가로 50㎝, 세로 100㎝ 석판 1400여장이 쓰인 대역사였다.

가위 고려 팔만대장경 이후 760여년 만의 불교 대역사였지만 불과 1달만에 완성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 바탕 ‘침전조각공법’이란 새로운 석재 가공기술이 있었다.

경기도 이천의 히스핸드(대표 최운봉)는 이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 히스핸드가 자체 개발한 용액으로 석재를 부식시켜 가공해낸다. 석재에 원하는 디자인이나 패턴을 그려 넣은 뒤 용액에 떨어뜨리면 단시간 내에 원하는 디자인과 글씨가 석재에 새겨진다.

최운봉 히스핸드 대표는 “기존에는 일일이 석재를 깎아 작업을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며 “단시간에 원하는 가공을 할 수 있어 석재의 가공성과 디자인성을 크게 높여준다”고 소개했다.

국내에 4000여개의 석재기업이 있지만 대부분 석재를 재단·깎기 작업만 하는 상황에서 히스핸드는 석재가공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기업인 셈. 이 기술은 최 대표의 부친인 최창회 씨가 지난 1996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최 대표는 “대리석을 물리적으로 가공하면 새겨지는 부위의 높낮이 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염산으로 가공하면 석재의 색이 변할 뿐 아니라 산으로 인해 강도도 매우 약해진다”며 “침전조각공법은 단시간내에 대량으로 석재를 가공하면서도 석재의 강도까지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히스핸드는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형식으로 다채로운 디자인의 석재 건축자재를 선보였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서울 청계천 역사박물관,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등에 히스핸드의 자재가 일부 쓰였다. 


2013년 한화 칸스톤 디자인공모전, 강원도 공공디자인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석재를 부식시키는 용액은 손으로 만져도 될 만큼 인체에 무해한 게 특징이다. 히스핸드 작업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기존 업체들도 곁눈질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기술도입 요청은 물론 중국에선 기술 베끼기를 시도하는 중이다.

히스핸드는 최근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B2C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대리석으로 만든 트레이, 테이블, 캔들워머, 거울 등의 인테리어소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석재는 보온보냉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습도조절까지 자연스럽게 해주는 살아있는 자재로,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멋을 뿜어낸다”며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천=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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