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 오세훈과 수도권 표결집 논의
친박계 이정현인가, 비박계 주호영인가. 결국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현역의원ㆍ대의원 현장투표와 대국민 여론조사만을 남겨둔 새누리당 당권경쟁의 마지막 국면이다. 전국 일반ㆍ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는 20.7%(6만9817명)라는 낮은 투표율로 전날 마무리된 터다.
9일 열리는 현장투표에 총 9135명의 대의원(사전투표 참가인원의 13.1%)이 참가할 예정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 특히 대의원의 절반(4500여명)에 달하는 수도권 지역 인사들은 친박(親박근혜)계에 적대감이 큰 ‘공천 파동의 직접적 피해자’다. 이에 따라 비박(非박근혜)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은 막판 수도권 표심 공략에 명운을 거는 모습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 의원은 이날 아침 오세훈 전 서울시장(서울 종로구 당원협의회위원장)과 조찬 회동을 갖고 ‘수도권 대의원 표심 결집방안’을 논의했다. 주 의원은 오 전 시장을 ‘새 정치의 원조이자 당 혁신 대표적 인물’로 치켜세우며 “혁신을 바라는 사람끼리 힘을 합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수도권, 그중에서도 ‘정치 1번지’로 상징되는 서울 종로구 당협의 힘을 자신에게 모아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남경필 경기도지사ㆍ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대권잠룡의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 주 의원은 특히 “대국민 여론조사는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자신감을 표하며 현장투표에 여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현 의원 |
비박계가 이처럼 현장투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른바 ‘수도권의 분노’가 지난 7일 마무리된 사전투표 결과를 뒤집을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4ㆍ13 총선에서 총 122석의 수도권 의석(전국 253개 지역구 중 48.2% 차지) 중 단 3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87개 수도권 지역구의 낙마자(現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친박 전횡’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현역의원 역시 대부분 비박계임을 고려하면 9135명의 대의원 중 절반가량(4500여명, 사전투표 참가인원의 6.5%)은 주 의원에게 몰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 대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성향은 대체로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준석 서울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지역의 50여개 당협만 뭉쳐 똘똘 밀어도 최고위원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당 대표도 경선도 (서울지역 당협의 의중으로만) 5~10%는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현 체제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보는데다, 당협위원장과 비슷한 성향의 대의원이 당에 많이 남는 것을 고려하면 친박계에 상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주호영 의원 |
허용범 서울동대문갑 당협위원장도 지난달 전국 원외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대의원들은 당협위원장의 성향을 굉장히 존중한다. (친박계가 우위라기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오 전 시장은 이날 주 의원과의 조찬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전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투표가 남았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저희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