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진짜‘짱’된‘짱콩’…신궁 장혜진, 스물아홉에 활짝 피다
엔터테인먼트| 2016-08-12 11:24
여자 양궁 개인전 金 ‘2관왕’
4강서 만난 기보배 최대 고비
첫 올림픽 출전서 이룬 쾌거



작은거인의 별명은 ‘짱콩’이다. 키가 작아 친구들이 ‘땅콩’이라고 불렀는데 스스로 별명을 고쳤다. 땅콩 중에 최고가 되겠다는 의미다. ‘짱콩’은 자신의 믿음대로 정말 ‘짱’이 됐다. 가장 늦게 피었지만 가장 크고 화려하게 꽃피웠다.

스물아홉 살에 처음 올림픽에 나선 ‘늦깎이’ 장혜진(29)이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장혜진은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개인전 결승에서 리사 운루흐(독일)에게 세트점수 6-2(27-26 26-28 27-26 29-27)로 이겼다.

이로써 장혜진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제패하며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 올랐다. 또 서향순(1984 LA)-김수녕(1988 서울)-조윤정(1992 바르셀로나)-김경욱(1996 애틀랜타)-윤미진(2000 시드니)-박성현(2004 아테네)-기보배(2012 런던)에 이어 8번째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며 신궁 계보를 이었다.

장혜진은 대회 첫 남북대결로 주목받았던 16강전서 강은주(북한)를 세트점수 6-2로 누르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가장 큰 고비는 4강전이었다. 상대는 런던올림픽 2관왕이자 친한 친구인 기보배. 사실상의 결승전답게 살얼음 승부였다. 장혜진은 1세트에서 6m/s가 넘는 강한 바람에 쏘기를 주저하다 급하게 날린 화살이 3점에 맞으며 19-25로 졌다. 2세트 16-16에서 장혜진이 10점을 명중한 뒤 기보배가 8점을 쏘며 세트점수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5세트. 18-17로 앞선 상황에서 기보배가 9점을 쏜 뒤 장혜진이 10점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키며 가장 강력한 후보를 누르고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세트점수는 7-3(19-25 27-24 27-24 26-26 28-26)였다.

사실 장혜진은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세계랭킹 1위의 최미선과 런던 2관왕 기보배에 많은 기대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장혜진은 27살이던 2014년에야 월드컵에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딸 정도로 늦깎이 선수였고 이렇다할 타이틀도 없었다. 런던올림픽 땐 대표 후보 선수 4명에 포함됐으나 결국 출전하지 못했고 지난해 리우 프레올림픽에도 4위로 출전 선수들과 동행했지만 역시 나서지 못했다. 만년 4위의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프레올림픽 연습장에서 홀로 ‘도둑훈련’을 하면서 올림픽 꿈을 키웠다.

장혜진은 올해 1월1일 대표팀과 함께 태백산을 올라 소원을 빌었다. 6시간에 달하는 등정 코스를 잡고 정상에 오른 뒤 “2016년엔 꼭 원하는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누가 주목하지 않아도 자신의 루틴과 훈련을 묵묵히 해낸 그는 결국 새해 소원대로 마지막 순간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시상대에선 애국가를 따라부르며 눈물을 글썽였다.

장혜진은 “결승전에 오르는 것도 예상 못 했다. 한발, 한발만 생각하고 임했다. 마지막 발을 남겨두고 올림픽 결승이라는 생각이 들어 렌즈 한 번 깨보려 했는데 잘 못 쐈다”며 “만년 4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 후련하고 좋다”고 활짝 웃었다. 또 기보배와 최미선을 괴롭힌 바람을 이긴 비결에 대해서도 “다른 선수들이 바람이 많이 불어 실수할 때 자세를 눈여겨봤다. 사선에 들어가면 내가 해야 할 것만 자신 있게 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고 했다.

기보배는 3·4위 결정전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세트점수 6-4로 이기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런던올림픽을 포함해 4번째 메달이다. 기보배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내 기량을 맘껏 못 펼쳐서 아쉽다. 하지만 동메달이 더 소중한 것같다”고 했다. ‘도깨비 바람’에 발목이 잡혀 8강서 탈락한 세계 1위 최미선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도쿄 올림픽에 가겠다”며 4년 뒤의 영광을 다짐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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