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이철성(58ㆍ사진) 경찰청장이 취임식을 갖고 14만여명 경찰조직의 총수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음주운전 사고 의혹으로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부각되지 못한 경찰 관련 정책 과제가 이 청장 앞에 산적해 있다. 이 청장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경찰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선 이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생활ㆍ예방치안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신종범죄와 무동기(묻지마)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먼저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이 현재 20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통과해야 할 입법과제로 내세운 ‘범죄예방기반조성법’ 입법안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이 생활ㆍ예방치안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범죄예방기반조성법’은 범죄예방진단팀이 범죄 취약지역을 진단한 뒤 지자체나 시설주에 통지하면 이들이 능력 내에서 시설을 개선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5월 발생한 ‘수락산 살인사건’에서 구멍이 드러난 우범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경찰관이 우범자를 직접 조사하고 범죄를 예방ㆍ관리할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법 질서 확립도 과제 중 하나다. 이 청장은 ”부패와 부조리를 털어내고 깨끗하고 반듯한 사회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며 일상 속에서 법을 지키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청장은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검찰이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모두 보유해 권한 남용과 전관예우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에서 보듯이 검찰 역시 법 집행의 대상에서 제외되면 부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청장의 지론이다. 이 청장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가 담당하는 수사ㆍ기소 분리가 가장 바람직 하다”며 향후 입법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더불어 음주운전에 의한 운전면허 정지 기준을 현행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낮추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탐정업의 역할과 활동을 규정한 ‘공인탐정법’도 경찰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입법과제다.
그의 임명을 반대해 온 야당과 “음주 운전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피해 총수가 됐다”는 경찰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걸림돌이다. 이 청장은 “나름대로의 경험을 통해 현장 결찰관의 고통과 아픔, 땀과 눈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현장과의 소통으로 정면 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청장은 1982년 순경으로 경찰 제복을 처음 입었지만 1986년 간부후보생 시험으로 재입직해 경찰 내 11개 계급을 두루 거친 바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