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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어디로?…미 금리인상ㆍ지정학적 요인으로 재상승 가능성
헤럴드경제| 2016-09-03 10:55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달 중순 달러당 1100원대 아래로 떨어지며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한 후 11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비롯한 경제적 요인과 북한과의 긴장고조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환율이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의 스탠더드차터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글로벌 무역부진,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원화가치 하락)할 전망이라며 최근의 원화가치가 연중 고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스탠더드차터드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의 확산으로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였으나 세계교역의 부진과 주요국 국채수익률 반등 등으로 원화가치가 더 오르기(환율 상승)는 어려우며 현 수준이 연중 고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을 방문해 외환시장 관계자들과 시장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원/달러환율은 올해 초 달러당 1200원대에서 형성됐으나 5월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약화되고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면서 급락해 지난달 16일에는 달러당 1092.20원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1100원대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후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급등해 최근에는 달러당 1120원선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주요국과의 교역 비중을 고려한 원화가치가 2015년 고점 수준으로 상승해 수출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 증대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원화의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은 5년평균 대비 각각 7.84%, 6.09% 상승해 아시아신흥국보다 큰 폭으로 절상됐다. 7월 위안화 명목실효환율은 5년평균대비 2.23%, 실질실효환율은 2.27% 절상돼 원화보다 크게 낮다.

스탠더드차터드는 글로벌 수익률 추구 성향이 확대되고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으로 외국인 증권자금이 올들어 200억달러 순유입돼 원화강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은 채권시장에서 110억달러, 주식시장에서 86억달러 유입됐다.

이와 함께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확대로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하지만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글로벌 무역 부진,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선진국 국채수익률이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상향조정되면서 글로벌 국채수익률이 큰 폭 반등, 자본유입 감소와 원화가치의 하락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탠더드차터드는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확대되고 있어 원화가치 하락 폭은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환율의 급등락이 반복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필요시 시장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일 KEB하나은행 본점을 방문해 외환시장 참여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대외불확실 요인으로 국내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차관은 “최근 글로벌 변동성 확대는 여러 이벤트가 당초 예상과 달리 전개되는 데 주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과 수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도 “과도한 외환시장 변동성과 지나친 쏠림 현상은 실물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쏠림현상시 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 차관은 나아가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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