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는 전날부터 검찰청사 곳곳에 방송 장비를 설치하고 중계차를 동원하는 등 재계 5위 그룹 총수의 검찰 출두 모습을 생중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검찰청사 직원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 점검을 하는 등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가운데 신 회장 앞으로 한 유인물이 날라들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신 회장의 출석 시간이 가까워지자 현장에 나온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재차 협조를 부탁하는 등 긴장한 표정이었다.
롯데 수사에 대한 일본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아사히TV를 비롯한 일본 언론까지 합류해 국내외 취재진의 경쟁은 한층 치열했다. 취재진과 롯데그룹 관계자, 검찰 관계자 등을 포함해 출석 현장에는 약 1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 회장은 출석 예정시각보다 10분 이른 오전 9시19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10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03일 만이었다.
차에서 내린 신 회장은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포토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신 회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도 제기되는 횡령 및 배임 의혹에 대해선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신 회장과 취재진의 문답이 오가던 중 한 중년 여성이 갑자기 신 회장 앞으로 A4용지 수십장을 뿌리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종이에는 자신을 신격호(94) 총괄회장 여동생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기초수급자 신세로 생활하는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해당 여성은 신 총괄회장 여동생의 둘째 딸이자 신 회장의 사촌 동생 서모 씨였다. 신 회장에게 접근하려던 서 씨는 곧바로 검찰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신 회장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약 3분여간의 문답을 끝내고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신 회장이 서있던 자리에는 A4용지들이 어지럽게 뿌려져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있는 신 회장을 상대로 수천억원대 횡령과 배임 및 탈세 의혹 전반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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