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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된 지진 ①]3.7초, 15초, 그리고 12분…칠레보다 못한 韓 지진대응체계
뉴스종합| 2016-09-21 10:33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3.7초, 15초, 그리고 12분’ 일본과 칠레, 한국의 지진경보 발동 시각이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칠레보다 못하다. 지진이 발생한 후 한참 뒤에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땅 밑의 일이라 예측하기 어렵다”(정부 관계자)고 변명(?)먼저 늘어 놓는 것도 자연재해를 인재(人災)로 만드는 한국의 모습이다. 특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게 문제다. 지난 12일 본진 당시에도, 이어 17일 발생한 여진 때에도 지진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칠레, 대만 등 지진이 잦은 국가는 각각 비상사태 시에는 재난관리본부가, 일반적인 재난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지사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부여해 신속하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지진 소식을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해 ‘지진조기경보시스템’(EEW)을 보유하고 있다. 지진 발생 10~15초 사이에 국민의 생사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을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 배운 까닭이다. 예고 없는 피해를 100%로 봤을 때 예고가 얼마나 빨랐느냐에 따라 사상자가 5~20%로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실제 도쿄(東京)대학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하기 3초 전 경보를 발령하는 것 만으로도 지진 피해를 5%로 급감시킬 수 있다.

일본 기상청과 방재청은 지진 발생 10ㆍ80초 사이 숙지해야 할 안전지침을 강조한다. 지진 발생 10초 안에 자신의 주변 상황을 숙지하고 80초 안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피요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지진관측 후 5~10초 이내에 지진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일본 기상청은 전국 범위로 EEW를 구축해 전국 해저에 설치된 1200개 이상의 지진센서가 작동하면 즉각 방송사와 통신사, 주요 부처기관 등에 알리는 발신체계를 마련했다. 
[사진=일본 소방방재청]

경보가 발령되면 일본의 모든 TV채널에서는 통일된 경보음과 “지진이 발생했으니 강한 흔들림에 주의하라”라는 녹음파일과 자막이 자동 방송된다. 방송사는 녹음 방송 중이던 프로그램을 멈추고 즉각 지진속보체계로 전환한다. 라디오 방송과 각 시청에서도 속보안내가 이뤄진다. 핸드폰에는 재난문자가 전달된다. 덕분에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한 지 3.7초 만에 경보가 발령됐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연방 재난관리청(FEMA) 산하의 지방청에서 ‘쉐이크얼러트’(ShakeAlert)이라는 EEW를 보유해 지진 발생 15~40초 이내 경보할 수 있도록 했다. 칠레 역시 국립재난관리청(ONEMI) 산하의 국립조기경보센터(CAT)가 10~15초 이내 지진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구축돼있다. 이탈리아는 남부지역에서 ‘프레스토(PRESTo)’라는 EEW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진다발 국가들의 방재청 혹은 재난관리청은 또 각 지방청에 지진 관련 방재매뉴얼과 대피소 지도 등을 1년에 최소 1회씩 배포해 대비책을 안내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월 1회 방재훈련에 착수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튜브형 방재모자를 구비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낙하하는 물체나 가구, 떨어진 천장 외벽 등에 맞고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진이 왜 위험한 것이며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이를 상시에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지진경보시스템은 늦어도 너무 늦다. 재난 문자는 강진이나 본진이 끝난 시점인 지진 발생 3~12분 뒤에 도착했다. 정보는 제때 전달되지 않았고 지진에 대피하기 위한 정보도 사전에 전달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지표면의 액상화, 내진설계, 대피요령 모두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정보가 업데이트가 된 것은 없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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