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지난 2000년 경기도 가평에서 장의사 부부를 살해한 사건의 공범 강모(47) 씨가 전날 필리핀에서 국내로 송환됐다고 22일 밝혔다.
강 씨는 공범 이모 씨와 함께 2000년 11월 장의업자 조모(39) 씨 부부를 가평의 한 야산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이들 부부에게 “친한 친구가 병원에서 일하는데 그 병원 영안실 운영권을 따주겠다”고 속여 계약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1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후 조씨 부부가 정식 계약을 요구하자 이 씨는 사기 범행을 감추기 위해 교도소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강 씨와 함께 조 씨 부부를 살해했다. 이 씨는 범행 직후 검거돼 사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지만 강 씨는 필리핀 세부로 밀항해 수사망을 피해 달아난 것으로 추정됐다.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 추적팀은 올 8월5일 세부의 한 콘도에 은신하고 있던 강 씨를 검거했다. 이민청은 한국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해당한다. 강 씨를 검거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코레안 데스크로 파견된 심성원 경감과 주재관 이용상 경정이었다.
필리핀에서 검거된 16년전 장의사 부부 살해혐의 공범. |
심 경감은 올 4월 현지 교민들을 만나 국외 도피사범에 관한 첩보를 수집해 왔다. “이상한 사람이 돌아다니는데 왠지 중범죄인 같다”는 말을 현지에서 들은 심 경감은 추가로 탐문한 결과 뜻밖의 수확이 나왔다. 강 씨가 가명을 쓰며 세부 막탄 지역에서 지낸다는 유력한 정황이 포착했다. 여기에 세부 주재관 이용상 경정이 수집한 첩보를 더해 강 씨가 세부의 한 콘도에 묵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경정과 심 경감은 필리핀 이민청에 강 씨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검거를 요청했고 이민청이 곧바로 검거에 착수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경찰이 직접 피의자를 체포할 경우 주권침해에 해당한다.
이후 강 씨는 한달여 간 현지 사법당국으로부터 필리핀 내 다른 범죄 연루 여부를 조사받고 추방 절차를 거쳐 16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강 씨가 오랜 세월 현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강 씨의 검거를 지난 4월 코리안데스크 4명 추가 파견 이후 필리핀과 공조수사로 거둔 최고의 성과로 자평하고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