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진형태 대기중 흩날릴 가능성
전국 1만4200개 학교 위험 노출
경북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당지역 내 많은 학교 시설들이 석면 가루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건물은 실제 재난 상황 발생시 대피소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석면 위험 역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진으로 파손된 학교 건물 천장과 벽에서 나오는 석면 가루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부 학교 건물 천장에서 형광등이 떨어지고 벽이 갈라지는 등 시설물 파손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난 19일까지 총 235개의 학교와 기관 시설물에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며 “주로 벽이 갈라지거나 천장의 마감재가 떨어지는 등의 피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역 학교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학교 건물 마감재인 텍스가 잠재적 위험군으로 등장했다. 학교 건물 마감재로 쓰이는 텍스는 3~6% 농도의 1급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석면마감재로, 지진으로 인해 학교 건물에 균열이 생기면서 석면먼지로 인한 2차 피해가 예상된다. /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
문제는 많은 학교에서 천장 마감재로 쓰는 ‘텍스’다. 텍스는 약 6% 농도의 석면이 함유된 석면마감재로 평소엔 내장재로 사용돼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텍스는 이번에 발생한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벽과 천장이 무너지면서 갈라진 틈 사이로 석면가루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급 발암물질(Group1)로, 미세한 분진형태로 대기중으로 쉽게 흩어지는데 호흡기로 들이마시게 되면 폐에 석면섬유가 꽂혀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석면가루로 인한 위험 가능성이 있는데도 관련 대책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에 1만4200개 가량 학교가 석면건축물로 확인됐고 지진 등으로 학교 석면건축물이 손상되면 학생 및 교직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각 학교에 석면관리 매뉴얼과 교직원 가이드북 등을 제작해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또 현행법은 학교과 같은 공공건물에 석면지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석면지도는 해당 건물에서 건설 당시 석면마감재 등이 사용된 부분을 기록한 문서다. 하지만 많은 학교 관계자들은 석면지도의 존재를 모르거나 단순한 행정서류로만 취급하고 있었다. 경주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지진으로 천장이 일부 무너지고 벽이 갈라졌지만 별도의 여유 공간이 없어 전교생이 원래 수업 받던 교실로 등교해 생활중”이라며 “교내 석면지도를 확보하곤 있지만 크게 활용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에 석면지도를 요구하자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먼저 밟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학교 건물의 경우 석면마감재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석면의 위험성이 계속 지적되면서 교육 당국이 매년 예산을 확보해 석면을 제거하고는 있지만 더디다는 지적이다.
임흥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위원은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학교 건물은 대피소 등으로 활용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된다”며 “내진설계돼 있는 건물이라 하더라도 지진 등으로 갈라진 틈 사이로 석면 가루가 나오면 학생이나 대피한 시민들의 건강에 위협적”이라고 했다. 이어 임 위원은 “천장 일부가 떨어진 현장은 우선적으로 창문과 앞뒤 출입문을 열러 환기를 시켜야하고 금이간 부분은 비석면자재로 교체하거나 임시조치로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석면 가루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