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의혹·질문은 있는데 증인·답이 없다…‘대선블랙홀’ 빠진 국감
뉴스종합| 2016-10-07 11:16
與 청와대 엄호, 野 정부흔들기 치중

정책검증 대신 대권 관련 질문만

미르·K스포츠 의혹 연일 터지는데

증인채택 안되고 답변도 부실…

결론 없는 공방에 ‘맹탕’ 국감 우려


정부 정책을 꼼꼼히 검증해야 되는 국정감사가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의혹제기와 폭로는 이어지지만 이를 입증할 증인과 자료는 없다. 답변도 부실하다. 상식을 벗어난 질의와 답변도 예사다.

국감이 제 기능을 잃은 데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여야간 정쟁 탓이라는 지적이다.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 여당은 청와대를 엄호하기 바쁘고,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야당은 임기 후반기 정부를 흔드는 등 국감을 차기 권력을 위한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의 유엔대표부까지 건너가 치러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감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출마 여부가 쟁점이었다. 안전행정위원회의 지자체 대상 국감에서는 시정, 도정보다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대권도전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지난달 26일 야당 단독으로 시작되고 4일에서야 여당의 복귀로 정상화된 국감에서 최대 쟁점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 ㆍ백남기농민 사건이었다. 야당은 미르ㆍK 재단과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을 연일 새롭게 내놓았고, 여당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최순실ㆍ차은택씨 등 관련 증인 채택을 모두 거부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국정원의 박근혜 대통령 사저 물색 의혹도 갈 길 바쁜 국감의 발목을 또 잡았다.

결론없는 정치공방에 이번 국감도 ‘허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야는 7일에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열린 새누리당 국감대책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경찰의 물대포물공급 중단 발언과 청년 수당 지급을 두고 “현행법 위반 소지” “서울시의 사유화”라며 맹비난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온통 미르ㆍK 재단, 백남기 얘기 뿐”이라며 “야당은 근거없는 폭로와 의혹제기, 정치공세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권력형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불공정한 대한민국의 끝을 보는 것 같다”며 “비리 조차도 (이전에는) 없었던 창조적 행태”라며 비난했다. 미르ㆍK 재단의 대기업 모금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들에게 받은 권력으로 기업들의 주머니를 털었다”고 했다.

이어 “정세균 의장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에 의한 형사고발건을) 대검 공안부에 배당했고, 대통령 측근과 대통령 연루 여부를 따져야 하는 권력 농단형 부패형 미르 사건은 고발 사건의 하나로 치부해서 형사부 배당을 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참 웃기다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도대체 헌법기관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십수명이 온몸을 받쳐서 일개 영상감독인 차은택씨의 증인채택을 막아야 하는 진실은 뭐냐”고 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는 미르ㆍK 재단, 청년희망재단 등을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준조세(기부금) 걷고 반대급부로 대기업을 위한 노동개혁ㆍ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불통과 정부의 무능이 야기한 경제위기와 민생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길은 노동자 탓, 야당 탓하는 정부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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