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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적 합병”…전세계 미디어산업 재편 촉발하나= 이번 초대형 M&A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업계의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이 일상화되면서 통신과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RBC캐피탈 마켓의 스티븐 카할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합병이 “유통채널에 콘텐츠가 녹아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넷플릭스와 아마존 닷컴 등이 자체 생산된 영상콘텐츠를 정액 과금형태로 제공하면서 통신 및 정보유통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SNS기업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실시간 영상서비스로 새로운 콘텐츠 체계를 만들어가면서 통신업체들 사이에서는 네트워크 인프라만 제공하는 ‘덤파이프’(Dump Pipe)로 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앞서 미국 1위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지난해 아메리카온라인(AOL), 허핑턴포스트, IT뉴스 사이트인 테크크런치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7월 야후의 인터넷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광고 기반의 무료 모바일 동영상서비스 ‘고(go) 90’도 출시했다. 유럽에서는 2014년 스페인 통신기업 텔레포니카가 위성방송사 카날플러스를 인수했다. 프랑스의 케이블 1위 사업자 뉴메리케이블은 2위 통신기업 SFR을 인수하기로 했다. 일본의 NTT도코모도 지난 2012년 ‘스마트라이프 파트너’ 시대를 천명하고 미디어콘텐츠, e-커머스, 헬스케어 기업과 M&A를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타임 워너를 인수함으로써 AT&T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헷지’(위험회피) 수단을 마련했다”라며 “인터넷 시장일지라도 콘텐츠를 유통하려면 제작업체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AT&T와 타임워너의 M&A는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이 발달하면서 21세기 폭스, 타임워너, 월트 디즈니 등 방송제작사들은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AT&T 역시 넷플릭스와 아마존 닷컴에 맞서기 위한 콘텐츠가 필요했다.
현재 AT&T는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최대 1000배 많은 동영상과 영화를 유통할 수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5G상용화에 맞춰 M&A가 추진되면 AT&T는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워너브라더스 제작 영화 ‘배트맨’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HBO의 ‘왕좌의 게임’, ‘뉴스룸’ 등을 독점제공할 수 있게 된다. 미국 통신 1위 버라이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초대형 M&A 승인, 어떻게 되나= 하지만 벌써부터 미디어 시장의 지나친 편중과 과잉 공급현상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독점 당국이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반독점 문제로 이번 M&A를 불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컴캐스트가 타임워너와 인수합병을 합의했지만, 당국의 반독점 규제로 무산된 바 있다. 앞서 AT&T는 4위 이통사 T모바일을 인수하려 했지만, 당국의 불허로 불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통사끼리의 인수합병은 반독점 규제에 걸릴 수 있지만 이번 M&A는 콘텐츠 배급회사와 제작자간 ‘수직적 결합’이기 때문이다. AT&T도 공급자를 사들이는 개념이기 때문에 규제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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